지일주 “세상 제일 나쁜 남자라고요? 그래도 기분 좋은걸요”(사진3장)

2016년 9월 12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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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엔터온뉴스(이하)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세상 이런 나쁜 남자가 또 있을까. ‘청춘시대’ 여성 시청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배우 지일주는 극 중 고두영 역을 맡으며 ‘쓰레기 중 쓰레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정예은(한승연 분)의 남자치구인 고두영은 1주년 선물로 향수 샘플을 건네고, 자격지심으로 인해 데이트 폭력을 일삼는다. 예은이 이별을 고하자 납치에 감금까지 감행한 고두영은 나쁜남자의 표본을 제대로 그려냈다. 2008년 ‘태양의 여자’로 데뷔한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배우 지일주’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최근 ‘청춘시대’ 종영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청춘시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써내려갔다.

“너무 나쁜 남자로만 보여서 아쉽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시지만,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보다 이제 현장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너무 커요. 연기적으로 좋았다고 이야기 해주셔서 ‘내가 고두영을 잘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 막 배우들과 친해졌는데 헤어져야 해서 너무 아쉬워요,”

‘청춘시대’ 속 등장하는 베레포크 쉐어하우스에는 청춘의 한 기로에 놓인 5명의 여성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꿈을 향해 힘겹게 나아가지만, 그 기로에서 만난 사랑에 용기를 얻다가도 쉴 새 없이 휘청거린다. 정예은에게 고두영은 사랑으로 얻는 행복과 고통을 모두 알게 해준 사람이다. 흔히 나쁜남자라 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고 있는 고두영은 정예은뿐만 아니라 모든 시청자를 적으로 만들었다.

“욕심이 많아서 인지 좋은 역할은 모두 하고 싶었어요. 저에 비해 신현수와 윤박이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부럽기도 했지만, 저는 그들의 인기를 잡아먹을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악역을 펼쳤잖아요. 실제로는 정말 저와 1도 안 똑같아요.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어떤 걸 포인트로 잡아야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고두영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승연 씨가 이야기 해준 것도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예를 들어 소리를 지르는 부분은 이 상황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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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영은 1차원적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이다. 지일주는 고두영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단순하게 접근해갔다.

“고두영이 한 행동 중 가장 최악은 납치한 거예요. 주먹으로 여자를 때린 것 하고요. 촬영할 때 한 번에 찍었어요. 그 장면을 그렇게까지 세게 찍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감정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나중 장면은 치는 시늉만 했지만, 촬영을 마치고 나서 방송 나가면 어떡하지 걱정될 정도였어요. 제가 나중에 봐도 고두영은 정말 아니겠더라고요.”

데뷔 9년차를 맞은 지일주는 ‘청춘시대’ 고두영을 연기하며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과거 ‘연애시대’를 보며 박연선 작가의 작품에 꼭 한 번 출연하고 싶었던 그는 꿈에 그리던 박연선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대본 자체가 얕지 않은 작품이에요. 각자의 고민 깊이 파고든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윤진명이 강이나의 사건을 마주하며 ‘어쩌면 나에게는 너와 같은 유혹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라’라는 대사가 있었잖아요. 스폰을 받은 게 나빠서가 아니라 어쩌면 막연하게 욕하고 있었던 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아니고 옳다, 틀리다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장면들이 와 닿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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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일주는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극중 사연 또한 심도 깊게 들여 봤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는 그는 현재 중앙대 대학원에 재학 중에 있다. 연기를 전공했지만, 그는 극작과나 영화과 수업도 들으며 틈틈이 자신의 작품을 써왔다.

“글을 쓰는 게 연기에 도움 된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아요. 단지 글 쓰는 게 재미있어서 시작하게 된 거였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거든요. 작은 디테일에서 오는 다름을 몰랐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알면 알수록 잘하고 있나 의구심도 생겨요. 글을 쓰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어요. 제가 연출이나 극작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배우는 작가가 써준 글을 읽을 뿐이고, 연출이 원하는 표현을 할 뿐이에요. 하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배우가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연출, 작가의 의도를 직접 전달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의도를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누구 보다 잘 표현하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배우 지일주의 한계에 부딪히고 싶다.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아서였죠. 단역부터 시작해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20대에는 뭘 하든 실패가 아니라 실수라고 하잖아요. 뭐든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하기 때문에 뭐를 하든 버텨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가는 길이 맞는지 잘 몰랐어요. 요즘에는 잘못 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는 것 같아요. 부족하지만, 연기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느낌?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기보다 좋은 작품을 하고,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