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영화 아수라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지옥’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한도경(정우성 분)은 박성배(황정민 분) 시장이라는 지옥과 김차인(곽도원 분) 검사라는 지옥을 번갈아 가며 영원히 고통 받는 판결을 받았다. 두 지옥에서 그는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치름과 동시에 또 다른 죄를 지으며 고통에 시달린다.
영화 ‘아수라’에서는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함께 했던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에 이어 길을 잃은 사내가 등장한다.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20대 청춘은 자신만의 지옥에 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아등바등하지만, ‘아수라’의 40대 중년은 추악한 주변 상황 속에서 어설프게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악인이 된다. 김성수 감독은 세 작품 모두 정우성을 앞에다가 데려다놓고 그의 목소리를 통해 인물의 심정을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다. 이번에도 중간 중간 이어지는 정우성의 내레이션은 혼란스러운 한도경의 심정을 잘 느끼게 한다.
형사 한도경은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의 뒷일을 처리해주면서 돈을 번다. 말기 암에 걸린 아내의 병원비를 번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가 아내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죽을 운명에 처한 한도경의 아내는 자신이 남편 대신 벌 받고 있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시장 박성배는 남들 앞에서도 자신감 있게 신체를 노출하는 인물이다. 즉 남들은 안중에도 없는 뻔뻔한 사람으로, 이는 범죄를 저지를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그는 짜고 치는 ‘쇼잉’의 천재다. 행사에 깡패를 직접 동원해놓고 “싸우지 마세요”라며 적극적으로 뜯어 말린다. 이런 모습은 현실 정치판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 관객의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박성배를 잡기 위해 검찰은 조사를 나서지만, 이들조차 불법이 더 편한 사람들이다. 김차인과 도창학(정만식 분)은 한도경이 저지른 범죄를 걸고넘어지면서 교도소에 가고 싶지 않으면 박성배의 범죄를 입증할 만한 것을 녹음해서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본격적으로 양 측의 ‘밀정’이 된 한도경은 “형사의 직감인데, 내가 여기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며 슬픈 독백을 털어놓는다.
출처 : 영화 아수라 스틸컷
다섯 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겨냥한다. 같은 팀도 없다. 한도경의 친동생과도 같은 후배 문선모(주지훈 분)마저 이 세상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하는 한도경을 배신하고 박성배를 위한 인물로 일취월장한다. 결국 둘은 처절하고 슬픈 싸움을 펼치게 된다. 다섯 인물의 대립은 포스터에서도 등장한 장면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장례식의 제단 앞에서 인물들은 각각의 인물들을 마주한다. 강한 조명으로 인해 뚝 떨어지는 그림자는 명암의 대비를 확실하게 만들어 인물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한다.
‘아수라’는 범죄 느아르라는 장르와 잔인함으로 인해 ‘황해’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셋 다 청소년관람불가다운 수준의 잔인한 액션신과 유혈이 낭자한 영화들인데, ‘신세계’의 무술감독과 ‘악마를 보았다’의 촬영감독이 ‘아수라’에 참여해 잔인한 느와르 영화의 선을 이었다. 직접적인 결투신을 제외하더라도 맥주잔을 씹어 먹는 신 등은 무시무시해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또한 피 칠을 한 채 폭우 속에서 카체이스를 하는 장면은 ‘아수라’ 액션신의 정점이다. 정우성이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는데, 신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왜 욕심을 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신이다. 상대 차와 맞부딪치는 장면을 카메라 감독은 밀착해서 집요하게 담아내 인물의 절실함과 터질 듯한 분노를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대부분의 장면이 잔인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타일리쉬한 노래와 함께 타이트하게 잡아낸 액션신은 감각적이고, 마지막 엔딩 시퀀스 역시 잔인하지만 아름답다. 오는 28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