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2년 조금 안된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와 그저께 월요일 각자 퇴근 후에 만나 맛집에서 저녁 먹고 데이트 하기로 약속했었는데 회사 사정으로 퇴근이 미뤄져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약속을 미루자고? 그럼 난 회사 후배랑 커피나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니 8시쯤이길래 미안한 마음에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막 커피숍에서 나가려던 참이야”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여자친구가 보고 싶기도 하고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그녀가 좋아하는 보쌈과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여자친구의 원룸 앞으로 갔다.
건물 골목에 차를 세워 놓고 전화를 걸었다.
“조금전에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어”
타이밍을 잘 맞춰서 도착했구나 싶었던 순간 목격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갑자기 통화하던 여자친구가 어떤 남자가 따라오며 자기에게 말을 건다고 뛰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놈이 따라오는데?”
차에서 내려 여자친구가 오는 방향으로 막 가려던 순간이었다. 때마침 여자친구가 골목을 돌아 원룸 쪽으로 오는데, 살펴보니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 앞까지 오는 25~30미터 되는 동안 여자친구는 아무도 없는 뒤에다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지 마세요! 싫다니까요! 신고할거예요! 아이 정말!”
뒤를 돌아보다 뛰었다를 반복하다가 집으로 들어간 여자친구. 멍하게 그녀가 하는 걸 보다가 정신 차린 뒤 “그래 잘 들어갔어?”라고 물으니 “웬 미친X이 쫓아와서 뿌리치고 뛰어서 들어왔어”라고 답을 했다.
“그래 문단속 잘하고 빨리 씻어..”
차 안에서 저게 뭐지 왜 저런 거짓말을 하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지난 2년간을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여자친구가 집 가는 중에 남자들에게 저런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50대 아저씨가, 또 어떤 때는 20대 초반 양아치..
혼자 고민하다 같은 팀 친한 여자 후배에게 “전에 영화나 드라마서 본 것 같은데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혼자 상황극도 해?”라고 물었더니, 깔깔 웃으며 “그런 여자가 어딨어. 무슨 영화에 그런 장면이 나와?”하고 가볍게 넘겨 버리니 더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의 행동을 별일 아닌 듯 그냥 넘겨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대화해 봐야 되는 문제인지 너무나도 답답하다.
생각이 많아지니 다른 일들까지 의심되기 시작하면서 한편으로 소름까지 끼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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