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자로, 특히 뚱뚱한 20대 여자로 사는 것은 너무 힘들다.
올해로 27살. 지난 7년간 내 뇌리에 깊이 박힌 사실 하나는 못생겼으면 살이라도 빼야지라는 말.
그래서 살도 빼봤다. 그러나 몇 번을 ‘빠졌다’, ‘쪘다’를 반복하고 다시 지금 살이 찐 상태로 돌아왔다.
몸무게를 유지하기 못한 내 자신에 대한 패배감도 크다. 그렇게 빼놓고 결국 다시 찌다니.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살찐 나 스스로를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간 외모에 대해 들어야 했던 말들.
살이 쪘을 때는 “왜 이렇게 살이 쪘냐”, “부었냐”, “못생겼냐”, 살이 빠졌을 때는 “예전에 비하면 용됐다”, “너 옛날 기억나냐 지금이 훨낫다”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들을 내뱉은 사람들을 욕하며 미워하기도 했지만, 지금 나는 나에게 그 화살들을 스스로 쏘아대고 있다.
살찐 내 모습이 싫어 거울도 보지 않고, 안경도 쓰지 않는다. 집 밖에 나가기도 싫다.
다시 살을 빼야 하는데, 못 뺄까봐 너무 두렵다.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20대 여자는 가치가 참 많이 떨어진다. 외모로 무시받고, 자기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으로 취급당한다.
물론 이런 모든 편견을 딛고 밝게, 자존감 넘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난 우울하고 지쳤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처럼 억울하면 내가 뻬야지라고 내 자신을 몰아세운다.
힘들다. 먹는 게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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