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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조차 볼 수 없던 가족들…’
17일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편지임종사연입니다.
뇌경색 환자 A씨(여.65)는 가족들의 편지와 함께 임종을 맞았습니다.
뇌경색으로 힘겨운 사투를 보이던 A씨는 12일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심각해졌습니다. 병원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는게 좋겠다”라는 말을 듣게 된 남편은 가족들과 함께 편지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A씨가 있던 대전 을지대병원은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 8일까지 A씨를 간병해온 가족들은 자가격리 리스트에 올라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어버립니다.
마지막 편지마저 직접 전해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결국 16일 오전, 남편은 중환자실에 전화를 걸어 ‘가족의 편지’를 간호사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편지를 ‘대신’ 낭독하게 된 간호사들.
눈물바다가 된 중환자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3시 17분에 아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음은 가족이 전한 편지입니다.
남편의 편지
남편이 OO 엄마에게 전합니다. OO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XXX.
아들의 편지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맘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딸의 편지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