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없이 새 방송 시작한 장동민…"납득 불가" 비판론 대두

2015년 6월 24일   School Stroy 에디터

Image

이상민-홍진호-장동민, ‘더 지니어스’ 강력후보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방송인 이상민(왼쪽부터), 홍진호와 장동민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CGV 상암점에서 열린 tvN 리얼리티쇼 ‘더 지니어스:그랜드 파이널’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6.23 ksujin@yna.co.kr


지상파 방송국 PD “장동민 바로 기용한 방송도 반성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개그맨 장동민이 제대로 자숙하는 기간도 없이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장동민은 오는 27일 첫 방송 되는 케이블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 출연한다.

장동민은 지난해 8월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하던 중 여성과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 등을 저속한 표현으로 비하한 사실이 올해 4월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신문 사회면에 기사가 실릴 정도로 큰 파장을 낳았던 사태의 당사자가 최소한 자숙하는 시간도 없이 새 예능 프로를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tvN화면

그동안 연예인들은 사회적인 물의를 빚으면 방송이나 연기 활동을 잠시라도 쉬는 것이 관례였다.

이는 대중 관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치르는 응분의 대가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이 논란에 휘말렸던 연예인들을 바로 TV에서 보는 것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능인들 사례만 보아도 ‘국민 MC’ 강호동은 2011년 세금 과소 납부로 탈세 논란에 휩싸이자마자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약 1년간 방송을 쉬었다.

강호동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어떻게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느냐”라면서 “제 얼굴을 본들 시청자 여러분께서 어떻게 마음 편히 웃으실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불법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개그맨 이수근도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1년 반이 지난 최근에야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장동민은 4월 28일 사과 기자회견만 한 차례 진행했을 뿐, 출연 중이던 종합편성채널 JTBC 프로그램 ‘크라임씬’ 시즌2, ‘엄마가 보고 있다’에 계속 등장했다.

당시 파일럿(시범제작)으로 방송된 KBS 2TV 예능 ‘나를 돌아봐’에서는 배우 김수미로부터 구박받는 매니저로 등장해 ‘을’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장동민 발언 파문은 탈세나 도박과는 달리 단지 세 치 혀가 일으킨 일이라고 해서 그 잘못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방송인 김구라는 무명일 당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비하한 사실이 10년 만인 2012년 뒤늦게 논란이 되자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그는 당시 자숙의 변에서 “대중이 TV에 나오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더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방송인으로서 자격이 없다”면서 “인터넷 방송에서 말했던 내용이 10여 년이 다 된 지금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입 밖에 나온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깨달았다”고 밝혔다.

더구나 김구라는 무명이었던 시절에 문제의 발언을 한 반면, 장동민은 이미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면서 유명인사가 된 상태였음에도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다. 그 여자가 오줌 먹는 동호회 창시자”라거나 “”X 같은 X” 등 발언 수위도 단순히 말실수라고 볼 수 없는 정도였다.

‘지니어스’ 콘셉트와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라고 해도 장동민을 곧장 새 프로그램에 발탁한 방송 업계도 비난 화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종연 PD는 23일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장동민이 중간에 방송을 안 할 생각마저 하는 순간이 있어서 (‘지니어스’ 왕중왕전) 기획을 다시 엎어야 하나 했다”면서 “다행히 장동민이 방송 활동을 이어가 이 기획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국장급 PD는 이에 대해 “아무리 실수라고 해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발언을 했는데, 최소한 자숙하는 시간도 없이 방송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예인 자신도 그렇고, 그런 그를 바로 기용하는 방송관계자들도 모두 반성해야 한다”면서 “그냥 사과 한마디 하고 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인지 같은 방송인으로서 회의가 든다”고 강조했다.

장동민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제작발표회에서 “과거 발언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사과 말씀드린다”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 출연하는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사실 다들 초반에는 신경을 썼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장동민도 수위 높은 발언을 삼가는 것 같고 제작진이 편집을 잘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