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아이 옷구분 고정관념 타파 나선 美 엄마들

2015년 7월 15일
						
						

“여자아이 옷에 공룡그림 있고 남자아이 옷이 분홍색이면 어때?”
“아이들에게 선택권 넓혀주자”…신경과학자 “옷 선택 하나가 장래진로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여자 아이들 옷은 대부분 남자 아이들 옷보다 몸에 꼭 끼게 만들어진다. 장차 커가면서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에 비해 신체활동을 멀리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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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옷에 전통적으로 남자아이들 관심사로 간주되는 공룡, 야구, 우주인, 트럭 등의 그림을 그려넣은 여자아이 셔츠들. 출처: kickstarter.com

사회 통념상 남자 놀이와 여자 놀이로 구분되는 놀이 습관도 아이들 발달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론 직업 선택의 폭까지 결정하는 결과를 빚는다.

부모, 친구, 텔레비전방송 프로그램 등의 ‘사회적 압력’에 의해 외계 우주 놀이는 여자 아이들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여자 아이들에게 심어지면 커서 항공우주관련 전문직종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남자 아이들이 `남자가 무슨 인형놀이냐’라거나 ‘그런 여자 옷 같은 것을 입느냐’는 핀잔을 자주 받으면 나중에 패션 디자인 직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각의 싹이 어려서부터 꺾일 수도 있다.

딱히 이런 신경과학적인 이론 때문이 아니라, 남녀 아이 옷을 구분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어린 딸과 아들이 좋아하는 옷을 사지 못하는 데 짜증이 난 미국의 엄마들이 남녀 ‘성 중립적’ 아동 옷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닷컴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부터 토성과 토성 고리 사진을 유난히 좋아한 딸을 둔 자야 라이어(41)는 세 살 생일 선물로 우주 그림이 있는 옷을 사주려다 여자아이 옷 매장에선 결국 찾지 못하고 남자아이 옷 매장에서 사야 했던 일 때문에 고정관념을 깨는 아동 옷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처음 만든 옷은 웃는 표정의 녹색 검룡 그림이 커다랗게 들어가 있고, 검룡의 등에 달린 칼날 같은 삼각골판엔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셔츠다. 화사한 분홍색조의 옷에 성조기를 달에 꽂는 우주인 그림이 든 셔츠도 만들었다.

딸의 이름을 따 ‘스바하(Svaha)’라는 온라인 매장을 연 라이어는 “아이가 우주인이 든 옷을 사달라고 성화이다가 이제는 닌자 거북이 옷을 사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짝이와 “여성스러운” 색깔을 싫어하는 딸을 둔 샤론 촉시도 ‘걸스 윌 비’라는 온라인 아동복 매장을 열어 여자 아이들이 입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여자아이 셔츠와 헐렁한 남자아이 셔츠의 중간 정도로 만든 옷을 팔고 있다.

‘여자 아이 티가 안 나는 여자 아이 옷’이라는 구호를 내건 옷들엔 이단 옆차기로 날아오르는 여자 아이의 그림이 들어 있는 것도 있다.

이제 네 살, 일곱 살 난 아들 둘을 둔 엄마 마틴 조어는 남자 아이 옷 그림이라고는 공룡이나 트럭밖에 없는 게 한심해서 `쿼키 키즈’라는 온라인 매장을 열고 ‘성 중립적인’ 옷을 판다.

“분홍색 옷이나 여자아이가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것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그것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조어는 말했다.

‘분홍색 뇌와 파란색 뇌’라는 책을 쓴 신경과학자 리스 엘리엇은 “분홍은 여자것, 파랑은 남자 것이라고 고정된 뇌 회로가 있는 게 아니다”며 이런 구분은 “순전히 문화 현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 때문에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 이미 남자 아이는 분홍색이 자신에게 기대되는 것과 다른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돼 분홍색을 멀리 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남자 아이 옷에 분홍색이나 자주색을 사용하거나, 여자 아이 치마에 해적 그림을 그려넣는 이들 엄마의 공통된 생각은 기존 아동복 시장 전체를 대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녀 옷 구분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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