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1983년 6월 30일부터 동년 11월 14일까지 총 453시간 45분 동안 방송했던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라 남한과 해외의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세기 중후반의 대한민국에선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흩어사는 사람들이 많아 당시 경찰 추산 이산가족 수는 약 1050만 명에 달했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6.25전쟁, 해외로 돈 벌러나가거나 강제 징용된 사례 등으로 이산가족이 됐으며, KBS 방송 역사상 수신료 값을 제대로 한 사례로 꼽히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그토록 보고싶었던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총 138일간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장기간 연속 생방송 기록을 갖고 있는데, 138일 동안 KBS 내부인력 (아나운서, PD, 조연출, 음향, 조명스태프 등등)과 대학생 아르바이트까지 동원되어 이 기간 동원된 인력만 약 1천 명에 육박했다.
사실 이 방송은 사전접수를 거친 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 30분 정도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방송이 나가자마자 KBS의 전화 모든 회선(약 800개)에 전화가 걸려왔고, 심지어는 KBS스튜디오로 찾아와 자신의 가족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는 대중매체라고 할 만한 것도 미약했고, 주민등록번호 등도 전산화가 되지 않아 방송을 보던 이산가족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KBS는 이산가족들의 반응에 다음날 새벽 2시 29분경까지 방송을 긴급 연장했는데, 이렇게 시작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계속이어지게 된다.
초기 5일간 릴레이 생방송 시청률은 78%를 기록했다고 한다.
보는 이들을 감동시킨 LA에 살고있던 어머니와, 대구에 살고있었 딸과 아들이 만난 장면.
LA와 대구에 살고있던 부모와 자식이 만난 감동적인 사례처럼 눈물겨운 에피소드가 워낙 많은데, 몇몇 이산가족들은 혼절해버리는 사건도 있었다.
대표적 에피소도를 말하자면,
1. 만세를 부른 남매
황해도에 살고 있던 가족이 북한에 공산 정권이 들어서며 재산을 몰수당하고, 누이가 먼저 월남해서 용산에서 살다가 6.26가 터진 후 모든 가족이 월남했는데 이 과정에서 헤어지고 소식을 몰라 이산가족이 된 사례.
이 프로그램에서 드디어 만난 가족의 아들은 누이에게 “어머니 아버지 다 살아 계셔, 고맙습니다KBS”라고 하며 “KBS만세”를 외쳤는데, 다음날 아침 본방송 타이틀에 나가는 등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 장면이다.
2. 피난 와중 어린 딸의 손을 놓쳐 헤어졌다 만난 가족
딸은 고아가 된 뒤 식모살이를 하며 어렵게 살다가 중년이 되고서야 프로그램을 통해 어머니를 만났다. 중년 여자는 가족을 찾은 뒤 “왜 나만 버렸냐”고 울부짖었는데, 이 때 칠순이 넘은 고령의 모친이 충격에 못 이겨 실신한 사건도 있다.
당시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쥔 채 응급처치를 하는 장면등이 생중계로 전파되었고, 이 후 고령의 상봉가족이 만나면 아나운서들이 “혈압이 높아요, 일단 가라앉히시고”라고 말하며 출연자들을 진정시켰다.
3. 김일성에게 욕설을 퍼붓는 가족
김일성에게 욕을 하거나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가족들도 있었는데, 이는 전쟁을 겪은 이들에겐 전쟁의 원흉인 김일성이 원수나 다름없음으로 당연하다.
한 가족은 “김일성에게 복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
KBS는 중앙 홀에서 이산가족 신청을 받았는데, 당시 경찰추산 약1050만 명에 달하는 가족들(당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의 신청으로 이미 폭증해버려 더 이상 이산가족 신청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자 신청을 하지 못한 이산가족들은 KBS본관 건물 벽과 기둥에 벽보를 써서 붙이기 시작했고, 이들은 벽과 기둥, 땅에 붙은 벽보를 보고 애타게 가족들을 찾았다.
이 상황에서 벽보를 붙이다 상봉한 운 좋은 가족들도 있다고 한다.
방송 반응이 너무 뜨거워 해외에서도 크게 반응했는데, 이 시기가 냉전시대에 갖는 역사적 의미도 다분했기에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주요 토픽으로 다뤘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북한의 참여를 독려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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