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적 친구들 사이에서 최악의 욕이 ‘친일파’ 관련이었던 적이 있다.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친일파라고 부른다거나 특정 친일파 인물의 이름을 따서 놀리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 아닌 ‘가짜’ 놀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놀림을 받은 친구들은 몹시 기분이 나빠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어떨까.
최근 네이트 판에는 ‘친일파 후손인 게 죄인가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저희 할아버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어요. 그것 때문에 소송중인 것도 있다고 하고요”라고 말문을 뗐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 4,389명의 친일 행각과 광복 전후의 행적을 담은 사전이다.
A씨는 이에 대해 “물론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친일파 후손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저희 엄마, 아빠를 선택하지 못했던 것처럼 저희 어머니도 외할아버지를 선택하지 못했을 뿐인데… 태어나고 보니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였을 뿐인데 그게 죄인가요?”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친일파’가 아닌데 왜 ‘친일파’ 후손이라는 딱지가 붙어야 하는 것인지 억울하다는 A씨.
그는 “특히 저는 얼굴도 못 본 할아버지가 친일파라는데 제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가요? 아시잖아요. 이건 제 의지로 어떻게 선택할 수가 없는 거였잖아요”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럼에도 왜 자신이 욕을 먹어야 하며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또한 A씨는 “연좌제가 아직도 있는 나라도 아닌데. 속상해서 적어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물론 우리나라는 연좌제가 없다.
헌법 제 13조 제3항 –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하지만 친일파의 경우는 조금 다른 듯 싶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부분 싸늘했기 때문.
한편, 연예인들 역시 친일파의 후손인지 혹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두고 대중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한 예로 올 초 배우 강동원 역시 외증조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강동원의 외증조부 이종만은 지난 2005년 친일인명사전 1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흠결 여부 조사 결과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최종적으로 수록됐다.
1930년대 중반부터 일본군에 전쟁 위문품 등을 보냈으며 친일 단체에서 활동했다. 또 전쟁 독려 글을 기고하고, 일본군에 전쟁 헌금을 내는 등 친일에 가담했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사진 = 네이트 판 및 영화 ‘암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