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익명의 힘을 빌어 써봐요”
취집이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돈 많은 남성에게 취집 대신 시집을 간다는 의미로, 어떤 이들은 이것만을 목적으로 연애나 결혼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한마디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의 사연은 조금 많이 다르다.
뜻하지 않게 ‘돈’ 많은 집에 시집간 어느 여성의 사연을 소개한다.
작성자인 3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현재 결혼 3년차로 남편은 그녀보다 3살 연상이다.
남편의 직업은 밝힐 순 없지만 평범한 직장인은 아니다. 월 6-700만원을 벌고 있다.
다만, 시댁에 많이 많이 풍족한 편이다. 남편은 외아들이다.
반면 그녀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집이 매우 가난했다. 가족들은 화목했지만 돈 때문에 대학도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4년 연애 후 결혼을 준비하게 됐다.
A씨는 “결혼 전에 25년 된 주택 단칸방, 고시원에 살았어요. 돈을 좀 모으고 나서는 좁지만 신축 원룸에도 살았고요. 좁은 집에만 살다 보니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 사는 것도 둘 곳이 없어 망설일 정도였죠”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런데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알게 된 것은 남편의 집안 경제력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시댁에서는 A씨가 전혀 꿈꾸지도 않았던 서울 시내 비싼 동네에 40평대 브랜드 아파트를 선뜻 사주신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A씨는 좌절했다. 자신이 아둥바둥 모은 돈으로는 도저히 이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결혼을 못하겠다고 말했지만 시댁에서는 “누가 혼수, 예단 해오랬냐. 그냥 잘만 살아라”라며 A씨를 예뻐했다.
A씨는 “그래도 모은 돈이 몇 천은 있어서 안 받겠다는 시댁에 예단 1000 드리고 큰 가전 사고 자잘한 건 남편이 가진 현금으로 사고… 감사하게도 친정에 돈까지 드리고 결혼했습니다. 친정에선 고대로 돌려주셨어요. 비상금 하라고”라고 둘의 결혼 준비를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에만 해도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너무 많이 해주신 만큼 바란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A씨는 잔뜩 겁먹었다.
하지만 시댁에서 A씨를 친딸처럼 아껴줬다. 메론 한번 썰어본 적이 없어 떡이 된 메론을 내놔도 귀엽다며 웃어주시는 시부모님.
A씨는 “명절에는 늘 친정 먼저 가라고 하세요. 물론 항상 시댁 먼저 가는데 시댁에서는 친정부모님 갖다 드리라고 매번 좋은 고기, 좋은 선물 챙겨놓으세요. 저희 부모님은 항상 미안해하시고 농사지은 걸 드리는데… ‘이 귀한 걸 주시냐’라며 항상 감사 전화까지 해주세요”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A씨가 회사 스트레스로 저녁을 제대로 안 먹어 살이 빠졌을 때 “우리가 아가 용돈 주마. 그만둬라”라는 말을 해주신다고.
아직 아기가 없으니 놀긴 그래서 회사는 다니고 있지만 말이라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이어 A씨는 여유 많은 집에 시집 와서 좋은 점을 공개했다.
“살면서 못 누려본 좋은 집에 돈 걱정 안 하고 맛있는 것 먹고 회사 다니면서도 나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때 되면 여행 가라고 현금 몇 백씩 보내주시니 처녀 때 못 가본 해외여행도 고민 없이 가고…”
“어머님이랑 백화점 가면 예전 같으면 쳐다도 못 볼 비싼 옷, 비싼 코트, 비싼 가방 사주시고… 이미 회사에서 난 시집 잘 가 팔자 핀 여자로 소문났다”
“시부모님조차 도우미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밥 드시고 사시니 우리집도 당연하단 듯이 도우미 아주머니를 보내주신다”
“난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결혼 전보다 예뻐졌다. 피부 관리에 마사지에 결혼 전 하고 싶었지만 비싸서 엄두도 못 냈던 기구 필라테스 1:1로 하고 있다”
A씨는 “남자 경제력이 다가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 신랑 가정적이고 다정한데 시댁에서 돈까지 많이 지원해주시니 마치 신데렐라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좋다. 신랑이 우리 아빠랑 동생 차도 사줬다”라고 말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고.
난 잘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좋은 남편, 좋은 시댁에 돈까지 넉넉하게 살고 있을까.
전생에 좋은 일이라도 많이 한 걸까.
끝으로 A씨는 “다만 내가 이룬 것이 아닌 것들을 시집 가서 누리고 있기에 마음이 불편할 때도 아직은 있지만 돈 많은 집에 시집 가서 진짜 좋음. 내 솔직한 마음이다”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다들 자신의 이야기처럼 흐뭇해했다.
베댓 중 하나처럼 남편이 이 글을 꼭 좀 봤으면 좋겠다. 좋은 건 나눌 때 배가 되니깐!
한편, A씨는 추가글을 통해 “제가 뜬금없이 이 글을 쓴 이유는 사실 주변 시선이 돈 많은 집에 시집 가면 해준 만큼 고생시킨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에요. 물론 그런 집도 있지만 저는 결혼 후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뜻에 쓴 글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결혼 전에는 연차수당을 받아 가족들의 겨울 외투나 선물을 사기 위해 악착같이 연차를 쓰지 않았지만 현재는 연차를 쓰면서도 평일에도 쉬고, 남편 사무실 근처 가서 점심도 먹는 시간이 생겨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사진 = 네이트 판 및 KBS2 ‘아버지가 이상해'(모든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