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한 배신과 충격이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덤덤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소개할 이야기는 결혼한지 이제 1년 조금 넘은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A씨의 사연이다.
대전 사는 22년지기 친구가 서울로 이사와 남편XX랑 자주 술 한 잔하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었다. 서로 성격이 잘 맞아 우리집에서 자고 가는 날도 많았다
직장을 영업 MD로 옮기고, 출장 가는 날이 잦아진 나. 이런 사실을 안 친구 B는 나에게 얻어먹은 게 많다며 반찬을 해놓고 가는 등 신경을 많이 써줬다.
피곤한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극구 부인해도, 온갖반찬 다 해놓고 생색 한번 없길래 진짜 친구다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날 생각해 반찬해놓는다는 B는 내가 없는 날 우리 집에서 남편과 부부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12월 1일 부산으로 출장이 있었는데, 고맙게도 동료가 바꿔줘 취소가 됐고, 들뜬 기분에 케이크를 사들고 저녁 7시쯤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
홀딱 벗은 남편과 브라가 목까지 올라간 상태인 B가 뒹구는 걸 목격하고 말았다.
순간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 모습을 그대로 휴대폰 동영상에 담았다.
남편은 날 보자마자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엉엉 거리며 울고 있고, B는 속옷도 입지 않은 채 담요만 걸치고 도망가 버렸다.
B는 현재 7년 만난 남자친구(나와는 대학동기)가 있는 상태다.
일주일 뒤. 친구와 단둘이 만난 자리. 울면서 죽여달라고 쌀쌀 빈 B.
어림없지.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B의 남자친구 집으로가 다 말하고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날 저녁 초중고대, 시댁 등 남편과 B관련 모든 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후 소송준비 및 모든 일들이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다. 신혼으로 나름 달달했던 이곳은 이제 나 혼자다.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고, 운 적도 없다. 다른 친구들은 다 날 걱정하지만. 아무런 표정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하는 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거 같다고들 한다.
지금으로써 내가 두 사람에게 하고 싶은 건 합당한 벌을 주고 싶은 것뿐. 주변 사람들에게 적어도 본인들이 한 짓에 대한 손가락질 정도는 받게 하고 싶은.
이런 내 상태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뒤늦게 후폭풍이 크게 오려나.
일도 정상적으로 다니고, 가끔 혼밥하며 맥주도 한잔한다.
막 우울한 건 아닌데 그냥 좀 적적하다. 남편 바람나서 이혼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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