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아빠질 바라고 찾아온 거야?”
가끔은 짜여진 대본보다 순간의 재치로 뱉은 애드리브가 영화의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 역시 그렇다. 지난 2008년 개봉 당시 824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인 ‘과속스캔들’이다.
흥행은 물론 해당 작품은 차태현에게 ‘엽기적인 그녀’ 이후 성공적인 복귀작이 되었으며 신인이었던 박보영을 대세 배우로 자리 잡게 한 대표작이 됐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대본과 다른 본인만의 애드리브로, 시나리오를 바꿔버린 박보영의 연기는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그녀만의 힘이 있다.
줄거리 : 차태현 이 맡은 현수는 잘나가는 라디오 DJ다.
그런데 어느 날 박보영이 맡은 정남이 그에게 다가온다. 알고 보니 정남은 현수가 첫사랑 사이에서 낳은 딸이었다. 여차저차 미혼모 정남은 현수네 집에 같이 살게 된다. 하지만 정남의 존재가 알려지면 현수 본인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오는 상황 속에서 현재 현수는 매우 화가 난 상태다.
문제의(?) 애드리브 장면은 다음과 같다.
박보영(정남 役) : 나 못 가요.
차태현(현수 役) : 못 가?
박보영(정남 役) : 나 아버지 자식이야. 딸이야. 나 여기 있을 자격 있어.
차태현(현수 役) : 돈 때문이야?
차태현(현수 役) : 돈 줄게. 집도 얻어줄게. 해준다 그랬잖아.
차태현(현수 役) : 빌어먹을. 차도 사줘? 다 해준다고.
차태현(현수 役) : 그러니까 가라고. 걸리적거리니까 좀 꺼지라고!
박보영(정남 役) : 내가 돈 때문에 온 거야?
차태현(현수 役) : 너 돈 때문에 왔잖아. 니가 싸질러놓은 애새끼 데리고 살기 힘들어서. 아니야?
차태현(현수 役) : 그럼 나한테, 아빠질 뭐 그런 거 바라고 온 거야?
박보영(정남 役) : 그래!
차태현(현수 役) : …
박보영(정남 役) : 나 그거 바라고 왔다. 그거 바라고 왔어. 남들 다 아빠 있잖아. 다 있잖아.
박보영(정남 役) : 내가 나오고 싶어서 나왔어? 나 조용히 살겠다잖아. 하고 싶은 노래도 안 하면서 살겠다잖아.
박보영(정남 役) :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박보영(정남 役) : 여기 있는 내 눈, 이거 코. 이거 다 아버지가 만든 거잖아. 나 여기 있잖아.
박보영(정남 役) : 왜 내가 없었으면 해?
박보영(정남 役) : 왜? 내가 왜 이렇게 있는데. 왜!!!
차태현(현수 役) : … 너 원한 적 없어.
박보영의 즉흥연기를 본 감독은 박보영이 만든 대사가 훨씬 좋다고 판단,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다음은 원래 시나리오.
이 영화로 박보영은 신인상을 받았다.
차태현은 후에 인터뷰를 통해 “과속 스캔들은 사실 박보영을 위한 영화다. 촬영하면서도 나를 비롯해 제작진들이 모두 ‘보영아, 넌 이 영화로 신인상 타야된다’고 수차례 말했었다. 철저히 보영이를 위한 영화였다”고 밝혔다.
차태현은 “보영이가 신인상을 받아 누구보다 기뻤다. 이 영화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과속 스캔들’은 보영이가 신인상을 타게 하기 위한 영화. 박보영 밖에 안 보이는 영화”라고 평했다.
한편, 영화 ‘과속스캔들’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강형철 감독과 안병기 감독은 한달의 각색 과정을 통해 제작을 결정했고 1년간 18번 이상의 수정을 거치며 완성도를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사진 = 영화 ‘과속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