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어린 딸과 ‘VR’로 다시 만난 엄마의 반응..

2020년 2월 6일   김주영 에디터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가상현실(VR)속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6일 오전 11시 ‘MBC 스페셜- 특집 VR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너를 만났다’는 누군가의 기억 속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가상현실)로 구현해 따뜻한 기억의 순간을 다시 불러오는 프로젝트다. 7세 어린 나이에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는 한 어머니의 소원을 VR를 통해 이룬다. 기획 의도처럼 다시 만나지 못할 가족과 VR에서 재회할 수 있다는 것에, 방송 전부터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하이라이트 영상이 상영되자 취재진과 스태프들 중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다.

김종우PD는 “지리산에 별을 보러 간다던 동료가 있었다. 하늘에 있는 가족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PD는 “기억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기억이라는 건 결국 ‘너와 만나서 했던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가라는 생각했다”며 “생김새와 목소리 몸짓을 다시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그 기술로 ‘쇼’를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

세상을 떠난 사람을 다시 구현하고 만나는 것. 예고편이 공개된 후 많은 이들이 감동하고 기대하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나라면 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작진 역시 이같은 고민을 했다.

김PD는 “출연해준 어머니는 (딸과) 말할 기회가 필요한 분이었다”며 “딸이 떠나던 날, 그날이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딸의 투정을 타일렀던 것이 너무 후회가 된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어 “한번쯤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를 만들고,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만남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제작진은 국내 최고의 VR(가상현실), VFX(특수영상) 기술을 가진 비브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분석해 몸짓, 목소리, 말투를 분석했고,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생동감있는 구현을 시도했다.

기술력을 담당한 이현석 비브스튜디오 VR제작감독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상당히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머니가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임하는지 알아봤는데, MBC에서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건강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블로그에도 나와 있지만 ‘이 아이를 기억해주지 않으면 없었던 아이가 되니까 끝까지 기억하고 싶다’고 하신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고 조금이라도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작은 계기만 주어도 우리는 이 가족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VR이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측면이 큰데, 이런 프로젝트처럼 위로하는 콘텐츠로 만들게 되면 이 기술이 사람들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PD는 “예고편이 공개된 후 많은 분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시더라. 어떤 분은 떠난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기도 하고, 옆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기도 하더라”며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 프로젝트의 메시지는 시청자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는 한 가족을 위해서, 이 가족을 위로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이 프로젝트를 두고 (기술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 했다.

이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든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어떤 기술이든 사람을 향해야 하며, 사람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6일 밤 10시5분 방송.

<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MBC ‘너를 만났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