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찍었잖아~”…한국 덮친 ‘몰카 포비아’

2015년 9월 23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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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카범?’ 몰래카메라(몰카)와 관련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른바 ‘몰카 포비아(몰카 공포증)’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현직 경찰이 몰카범으로 오해받아 하이힐로 폭행당하고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강남역=이성락 기자

‘몰카때문에…’ 남성도 피해볼 수 있다

‘뭐? 내가 몰카범이라고? 이 사람이 정말….’

대학생 서 모(24) 씨는 이따금 상상한다.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자로 오해받는 가상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다. ‘나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명확한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서 씨의 상상(想像)은 그저 망상(妄想)일 뿐일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9일 현직 경찰이 20대 여성에게 몰카범으로 의심받았다. 졸지에 성범죄자가 된 경찰은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여성으로부터 하이힐 공격까지 받았다. 결국 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나서야 억울함을 풀었다.

몰카와 관련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른바 ‘몰카 포비아(몰카 공포증)’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오해 사례가 늘어나자 남성들은 핏대를 세우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언짢은 시선’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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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잘못 들었다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은 휴대전화로 지루함을 달랜다. 하지만 휴대전화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몰카범으로 의심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당역=이성락 기자

지난 14일 오후 5시 강남역, 이른 시간부터 지하철 안은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특히 휴대전화 사용이 인기다. 게임에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휴대전화 사용 목적은 제각각이다.

문제는 휴대전화 사용 목적이 불순한 ‘암’적인 존재가 지하철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하철에는 여성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몰카범들이 기승이다.

최근 발표된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경기, 인천의 수도권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가 2012년보다 36.5% 증가한 1287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강남역과 사당역은 성범죄 발생 건수가 가장 많아 몰카범들의 천국으로 꼽힌다.

여성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몰카 포비아’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 여성들의 설명이다. 출퇴근길에 강남역을 이용한다는 이 모(27·여) 씨는 “실제로 변태들이 지하철에 정말 많은 것 같다”며 “몰카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몰카 범죄자가 활개 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성들은 억울한 상황에 종종 놓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몰카가 사회적 문제라는 걸 모르진 않지만 “성급한 의심은 자제해야 한다”며 남성들이 누명을 써 억한 상황에 놓일 것을 염려했다.

직장인 박 모(30) 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여성들이 불쾌한 듯 따가운 눈빛을 보낼 때가 있다”며 “이해는 하지만 일부 범죄자들 때문에 마치 모든 남성을 범죄자와 ‘똑같은 부류’로 취급한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당역에서 만난 이 모(33) 씨는 “만약 내가 난데없이 오해받아 ‘성범죄자’ 취급을 당한다면 화가 나서 참지 못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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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 결백하더라도 일단 몰카범으로 의심받아 신고가 접수되면 남성들은 곤욕을 치른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추천했다. /강남역=이성락 기자

이날 만난 남성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여성들의 신고가 접수되면 오해가 오해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범으로 체포,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연행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앱이나 민원 신고로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최인근 보안관이 현장에 출동한다. 그리고 성범죄 의심자의 신변이 확보될 시 경찰에 인계한다. 이후 지하철경찰대가 사건을 처리한다.

경찰은 몰카 범죄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그 부분(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의심을 받는 과정에서 죄가 없는 남성들도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범죄라는 민감한 사건에 관계되다 보니 누명이더라도 황급히 상황을 모면하려는 심리가 화를 부른다는 것이다. 결백한데도 여성과 성급한 합의를 하는 남성들이 있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YK법률사무소 신은규 변호사는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의 신분 때문에 대충 덮고 넘어가자는 마음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면 일단 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추후에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몰카 범죄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형사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된다. 결백하지만 ‘카메라가 치마나 하체 쪽을 향하고 있었다’라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온다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앙될 수 있다”며 “몰카 범죄는 초동진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면담을 해서 함께 진행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몰카 범죄자는 형사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라 20년간 성범죄 신상등록을 해야 한다. 이후 여러 사회적 제약을 받게 된다. 개인의 인적사항이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공개됨은 물론 범죄 사실이 이웃집에 우편물로 고지될 수도 있다.

신 변호사는 오해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애초에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형사 절차가 진행되면 벗어나기 굉장히 어렵다”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가능한 휴대전화를 꺼내 놓지 않는 등 혹시라도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아 의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팩트ㅣ강남·사당역=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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