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디즈니 플러스의 인기작 ‘카지노’의 마지막회가 공개됐습니다. 재밌게 시청했다는 평도 있지만, 한편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의문을 남긴결말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드라마 카지노는 배우 최민식이 드라마에, 그것도 OTT 드라마에 도전한 작품이기 때문에 더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와 함께 배우 손석구와 호흡을 맞춰 더욱 기대를 받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손석구 배우의 쓰임새가 아쉬워졌고, 마지막엔 최민식이 연기한 인물이 허무한 결말을 맞았다는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민식이 연기한 차무식은 카지노 드라마에서 권력이 막강한 인물로 묘사되었는데, 극이 마지막으로 치닫을수록 그의 존재감은 희미해졌습니다. 손석구가 연기한 오승훈도 큰 비중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평이 이어집니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허무하게 보일 수 있는 결말이 이후 두 배우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에서 재등장하기 위한 빌드업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팬들은 드라마 카지노의 감독이 범죄도시4의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내용적으로도 둘의 세계관이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많았던 ‘카지노’의 결말. 인기가 많은 만큼 아쉬움도 컸는데요. 다소 황당한 결말로 비난이 쏟아졌던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지난 2022년 11월 18일부터 12월 25일까지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입니다. 동명의 웹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송중기, 이성민 등의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1회부터 시청률 6%를 달성하며 2022년 JTBC 드라마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이자 히트작 ‘부부의 세계’ 다음으로 JTBC 역대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습니다. 2회에서는 수도권 기준 분당 최고 시청률 12.4%, 3회에서는 전국 시청률 10%를 돌파하는 등 등 매회 승승장구했습니다. 마지막화인 16회째에 전국 시청률 26.9%, 수도권 시청률 30%를 넘기며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인기 속에 방영된 마지막화는 크리스마스에 방영돼 팬들에겐 마치 고대하던 선물과도 같았는데요. 하지만 마지막화 방영이후 팬들의 기대는 처참하게 부서졌고 각종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인생 2회차를 겪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순양 일가에서 충직하게 일하던 윤현우가 배신을 당해 죽은 후, 과거 그 가문의 막내아들 진도준로 태어나 가문에 복수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흥미로운 설정, 빠른 전개, 주인공이 순양 가를 상대하는 장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와 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져 시청률은 상승세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복수와는 멀어진 모습에 팬들은 의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작과 다르게 추가된 로맨스에는 “장미란이 은메달 따면 다시 만나는 거다” 라는 다소 황당한 프로포즈까지 더해졌습니다. 마지막에 다달아서 진도준은 사망하고, 시점이 첫 화에서 사망한 줄 알았던 윤현우로 돌아왔습니다. 병원에서 정신을 잃은 1주일 동안 꿈을 꾼 것인지, 진도준의 17년을 산 것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은 짜릿한 복수를 기대하던 팬들에게도 실망을 남길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며 주인공은 진도준으로 살며 얻었던 순양 가족들의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마지막에 본인이 진도준을 죽인 공범임을 밝히며 진성준을 끌어내리는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심지어 사건 해결의 증거가 된 녹취록도 회귀와는 이렇다 할 연관성이 없어 윤현우가 회귀를 한 이유조차 모르겠다는 평도 있습니다.
한편 원작 웹소설에서 진도준은 현실로 돌아오지 않고 진양철의 뒤를 이어 순양의 회장이 되는데요. 승계 싸움에서 이기려고 불법을 저질러 온 진도준이 이대로 원작의 결말을 따르는 게 좋았겠다는 평도 있습니다. 다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원작 웹소설을 함께 읽은 한 시청자는 “원작 속 주인공이 재벌 시스템에 종속되는 점이 맹점이었다. 웹소설이 무엇을 얘기하려 하는지 와닿지 않았다”며, 드라마에서 윤현우의 참회로 모든 것을 끝내는 게 흥미로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종영한지 20년이나 된 드라마지만 희대의 용두사미 엔딩으로 빠질 수 없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파리의 연인’입니다. 파리의 연인은 2004년 6월 12일부터 8일 15일까지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로, 요즘은 상상도 하기 힘든 최고 시청률 57%, 평균 시청률 41%를 넘긴 엄청난 히트작입니다. “애기야 가자”,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 하냐고” 등 여러 히트 대사들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파리의 연인은 평범한 여자 주인공이 부자 남성을 만나는 신데렐라 스토리,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남자, 출생의 비밀 등 드라마의 단골 소재를 잘 활용했습니다. 여자 주인공 강태영 역을 맡은 김정은과 남자 주인공 한기주 역을 맡은 박신양의 열연도 사람들이 드라마에 푹 빠지는 데 한 몫 하며 인기를 끌어모았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한껏 받으며 방영한 마지막회는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회에서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이 다 여자 주인공 강태영이 집필한 소설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이후 강태영과 한기주가 첫 만남을 가지며 열린 결말로 끝나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에는 분노가 끓었습니다.
사실 이 결말에는 숨겨진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원래 ‘파리의 연인’은 한기주가 동생에 의해 쫓겨나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강태영과 운명적인 재회를 한다는 결말이었다고 합니다. 부자가 아닌 상태에서도 사랑을 확인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튼 이야기였죠. 그러나 이 결말을 인터넷 상에 슬쩍 흘리고 반응이 좋지 않자 “사실은 소설이었다” 라는 결말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작가가 처음 의도했던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튼다’는 메시지와도 멀어지며 용두사미 엔딩으로 길이길이 기억되는 드라마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이 화제가 되자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아직까지 화자되는 결말입니다.
‘SKY 캐슬(이하 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욕망을 담아낸 드라마로, JTBC에서 2018년 11월 23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방영했습니다. 첫 방송은 시청률 1.7%로 높지 않았지만 거의 매 회 자체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해 스카이 캐슬의 마지막회인 20화는 닐슨 미디어 기준 23.8%라는, 당시 비지상파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회는 최고의 시청률 회차라는 휘장과 동시에 최악의 결말이라는 평도 따라오고 있습니다.
스카이 캐슬은 소름끼치는 입시 전쟁 현장, 긴장감 있는 전개와 입체적인 인물 설정으로 인기를 모은 드라마입니다. 시청자들은 매 회 손에 땀을 쥐며 다음화를 기대했는데요. 이런 드라마가 악역들은 모두 개과천선하고 모든 등장인물은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는, 다소 황당하게 보일 수 있는 결말로 끝이 났습니다.
가족들이 전부 공부를 그만두고, 작중 중요 인물의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등 20화에는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화제가 되던 장면은 아이들의 무단조퇴 장면입니다. 작중 전교 2등을 하던 인물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꿈을 찾겠다며 자퇴하고 학교를 나갔습니다. 그 영향을 받은 반 아이들이 시험지를 내던지곤 웃으며 단체로 교실을 나가는 장면이죠.
결말이 혹평을 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청자들이 갑작스러운 화해 분위기와 다소 유치한 연출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극적대비를 노렸다더라도 주요 인물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존의 극 분위기와는 지나치게 다르고, 설득력이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인데요. 일부 시청자들은 주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해피엔딩을 과장해서 표현했다 하더라도 불편할 정도로 이질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19화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다가 20화에 부랴부랴 끝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도 있습니다. 결말에 만족하는 시정차들은 작중 비극이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이라는 인물로 인해 발생한 듯 보여져 왔으나, 해당 결말은 결국 입시비극의 끝과 시작이 모두 부모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메세지를 전한다고 평가합니다. 또, 작중 주요 인물들은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정했지만 현실의 한국사회 내 상류층들은 여전히 입시에 목을 매고 있으므로 제 2, 제 3의 김주영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해석합니다.
실제로, 스카이 캐슬에 출연한 염정아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 당시 학습지 광고를 촬영했습니다. 풍자 의도가 담긴 드라마와 캐릭터를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자극하는 데 활용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조리함의 극치인 스카이캐슬의 작위적 해피엔딩은 드라마가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는 반어적 표현이라는 평도 존재합니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은 기대했던 만큼 더욱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끼던 작품이 조금 더 좋은 결말을 맞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겠지요. ‘카지노’ 이후로 다음에는 어떤 드라마가 화제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
이규연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elp@goodmakers.net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사진 출처 = 유튜브 JTBC Drama, 드라마 ‘카지노’, 유튜브 SBS C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