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교장이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에서 면접위원들에게 “남학생을 떨어뜨리고 여학생을 합격시키라”고 말한 것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정씨는 특성화고 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11월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에서 생활기록부와 면접 점수 합산 결과 불합격권이었던 학생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해 위력으로 면접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면접위원들 중 일부는 해당 학생의 면접 태도가 불량하다며 면접 점수를 올려 합격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정씨는 “참 선생님들이 말을 안 듣네”, “여학생 하나 붙여요. 남학생 다 떨어 뜨리고”, “거기서 거기라면 또 엄한 소리 뒤에 가서 하느니 여기서 여학생 하나 집어넣고”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이후 면접위원들은 해당 학생의 면접 점수를 상향시켜 신입생으로 선발되도록 했다.
1심은 “논의 과정에서 성비를 고려한 논의가 계속 진행됐고, 입학전형위원장으로써 사정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정씨가 부당한 목적으로 신입생선발 과정에 개입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입학전형위원장이더라도 면접위원들에게 이미 산정된 면접 점수를 변경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없고, 정씨의 발언으로 면접위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지시에 따르게 됐다”며 1심을 뒤집고 정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 재판부는 “입학 사정회의에 참석한 전형위원회 위원들은 면접 당시 면접위원들이 부여한 점수가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사정회의를 통해 면접위원들이 부여한 면접 점수의 편향성을 바로잡고 지원자의 특이사항을 반영하는 등 과정을 거쳐 면접 점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면서 합격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씨가 자신의 의견을 밝힌 후 계속해 논의가 길어지자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이라며 “다소 과도한 표현이 사용되었더라도 그것만으로 면접위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발언으로 신입생 면접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해당 발언이 입학전형에 관한 부정한 청탁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그 밖의 부정한 목적 또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위력으로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했다고 본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