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붙잡혀 들어온 전청조 남현희, 경찰서 보자마자 현장 아수라장됐다

2023년 11월 9일   김주영 에디터

경찰 출석한 남현희, 전청조와 그 안에서 논란 후 첫 대질..분위기 살벌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감독이 경찰에 출석해 전청조와 처음으로 대질 조사를 받았다. 논란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8일 오전 10시쯤부터 남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3시간가량 조사했다. 지난 6일 경찰에 처음 출석해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이다.

이날 경찰 조사에서는 이미 구속된 전씨와의 첫 대질신문도 이뤄졌다. 대질 조사 시작과 동시에 남씨가 전씨를 향해 “뭘 봐”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등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원만한 진행을 위해 발언 순서를 정해 전씨와 남씨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질 조사에서는 남씨가 전씨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나아가 범행을 공모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됐다. 남씨 측은 공범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와 알고 지낸 지난 9개월간 사기 범행 및 투자와 관련해선 한마디도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실제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쯤 시작해 오후 8시쯤 끝났으나 이후 남씨와 전씨가 피의자 신문 조서 내용이 자신의 진술대로 적혔는지를 확인하는 데 3시간가량 더 걸렸다.

남씨는 이날 오후 11시15분쯤 조사를 마치고 서울 송파경찰서 현관을 나와 ‘대질 조사에서 어떤 말을 나눴느냐’ ‘억울한 점 있으면 말해달라’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이동했다.

남씨는 경찰에 접수된 전씨 상대 여러 고소 건 가운데 1건에서 전씨의 공범으로 함께 고소당했다. 고소인은 남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펜싱 아카데미 수강생 학부모로 11억원 이상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부모는 이날 대질 조사에도 참여해 삼자대면이 이뤄졌다.

전씨 변호인은 조사를 마치고 나와 “(대질에 참여한) 피해자는 남씨가 전씨 범행을 모두 알고 있었고 공모했단 취지로 진술했다”며 “전씨도 그와 비슷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씨는 경제적 부분에서 피해자라기보다는 전씨 사기 범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속았다는 입장에서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는 듯하다”며 “그러나 전씨는 사기 범행에 대해 남씨가 올해 3월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조사는 더 길게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남씨가 돌연 몸이 아프다고 해 조사가 저녁 식사 이후 거의 중단됐다”며 “남씨가 조속히 회복해 추가 대질 조사에 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남씨가 언론에 예고한 것과 달리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경찰에 임의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씨 측은 조사가 끝난 뒤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남씨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이날 새벽 인스타그램에 ‘전청조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9개 연달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남씨는 SNS 글에서 “이름 빼고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전청조에게 저 또한 속았고 당했다”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제일 큰 피해자다. 남들은 피해본 것이 돈이지만 나는 돈도 명예도 바닥나고 가족과 싸움이 일어나고 펜싱 아카데미도 운영 못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청조를 컨설팅, 정보기술(IT), 강연, 독서모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으로 알았다. (전씨가) 기업 컨설팅을 한다고 했고 최근엔 유명 배달앱 대표에게 5000만원을 받고 1시간 컨설팅을 해줬다(고 했다). 본인의 강연 비용이 1인 3000만원이라기에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전청조에게 한번만 만나주기를 부탁하는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다”면서 “내게도 강연에 오라고 했지만 나는 펜싱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전씨 강연 수강생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남씨는 또 전씨의 성별과 파라다이스 호텔 혼외자 사칭 등 다른 논란들과 관련해서도 전씨가 보여준 주민등록증 사진, 전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며 공모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남씨는 “40살이 넘었는데 이걸 모를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정말 몰랐다”면서 “26년 동안 가슴에 태극마크 달고 국위선양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 사기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니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제가 죽어야 이 사건이 끝나는 것이냐. 제가 죽을까요”라고 쓰기도 했다.

남씨의 재혼 상대로 발표됐다가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씨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지난 3일 구속됐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사기 피해자 수는 20명으로 피해 규모는 26억여원에 이른다.

한편 전씨는 지난해 채팅 앱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임신했다”고 속여 7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지난 4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에서 불구속 기소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10일 전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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