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질 당한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한국 감독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 회장은 클린스만 선임이 이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프로세스와 동일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바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6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당시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가지 오해가 있다”면서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라고 밝혔다. 이어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다. 이후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한 뒤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뒤늦게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정 회장은 벤투 감독 선임과 똑같은 방식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것이 아니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지난달 21일 클린스만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기자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캘리포니아 클린스만 자택, 한국 대표팀 평가전 경기장 등에서 그를 만나 쓴 심층 기사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 16일 경질됐다.
클린스만은 정몽규 회장과 2017년 처음 만났다고 했다. 클린스만은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였다.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또는 준결승전 중 한 경기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났다. 한국이 16강전에서 진 뒤 파울루 벤투(55·포르투갈)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을 때였다.
당시 클린스만은 ‘몽규, 만나서 반가워요. 코치를 찾고 계시죠?’라고 장난삼아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 회장이 돌처럼 굳더니 ‘진심이세요?’라고 되물었다. 둘은 그 다음날 도하 한 호텔 카페에서 약속을 잡아 커피를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에서 클린스만은 ‘몽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 그냥 말했던 겁니다. 혹시 흥미가 있으면 또 연락을 주세요’라는 식으로 말했다. 몇 주 뒤 정 회장은 클린스만에게 직접 전화해 ‘우리는 매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클린스만은 “농담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신임 감독 선임 절차를 밟은 것은 2023년 1월 11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끝난 후 곧바로 클린스만 감독과 접촉해 선임 절차를 독단적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elp@goodmakers.net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