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유니버스 대회 일본 대표의 전통의상에 대한 일본 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올 초 미스 유니버스 재팬에 꼽힌 미야모토 에리나(22) 양은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세계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미야모토는 이날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입을 기모노를 입고 등장했다.
기모노는 다리 각선미를 강조하는 앞트임 드레스와 같은 디자인이었다. 한쪽이 민소매로 되어 있어 그녀의 한쪽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다. 디자인은 평소 모델로 활동하는 그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직접 고안했다고 한다. 개성 넘치는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자 취재진은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의상은 기자회견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일부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 기모노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품(下品), 즉 저급하다는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그가 더 품격을 지녀야 하며, 이 같은 논리에 입각해서 보면 그녀의 기모노는 지나치게 가볍고 과격하다는 게 이들의 견해였다.
또한 “매춘부 같다”고 일본 국내의 맹비판을 받았던 2009년 미스 유니버스 재팬의 미야사카 에미리의 기모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를 이해할 수 없다”, “미야모토의 기모노는 충분히 아름답고 개성있다”고 보는 일본인들도 많다. 의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사실 미야모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평소 클럽을 좋아하고 흡연을 했던 점 등을 문제 삼아 과연 일본 대표 미녀로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계속 있었던 것. 사실상 그의 지독한 ‘안티’ 팬들이다.
비난의 시발점은 피부색이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미야모토는 혼혈로서는 이례적으로 일본 미스 유니버스 대표로 발탁됐지만, 이후부터 자격 논란을 겪어야 했다. 일본 대표로서 그를 원하지 않는 이들은 끊임없이 미야모토를 공격하고 있다.
이번 기모노 논란도 이러한 공격의 연장선상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본 대표로서의 ‘고품격’을 바라는 일본인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보수적인 일본인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미스 유니버스 후보에게서 자유발랄함보다는 성숙된 여인의 모습을 바라기 때문이다.
사진=JP뉴스 제공
JP뉴스 이지호 기자 digrease@jp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