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대장주들이 일제히 무너지며 코스피 시장이 극심한 공포 장세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신용거래융자(빚투) 잔액과 레버리지 투자 자금이 이번 폭락장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서, 증시의 하락 압력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크게 급락했음에도 이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장 막판 50% 가까이 폭등하는 초유의 기현상까지 발생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최종적으로 8.29%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번 폭락장의 가장 큰 도화선은 국내 증시를 견인해 온 반도체 양강의 붕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18% 폭락하며 장을 마쳤고 , SK하이닉스 역시 7.68% 급락을 기록하며 코스피 전체를 흔드는 반도체 쇼크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반도체 폭락장 속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전 거래일 대비 49.70% 오른 3만 원에 거래를 마치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 원본 자산인 SK하이닉스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ETF 가격은 반대로 상한가 부근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실제 펀드의 가치를 나타내는 추정 순자산가치(iNAV)와 시장 가격 간의 격차인 괴리율은 46.12%까지 벌어졌습니다. 장 마감 기준 해당 ETF의 실제 가치(iNAV)는 1만 6164.13원이었으나, 시장에서는 이보다 2배 가까이 비싼 3만 원에 거래가 체결되는 가격 왜곡이 발생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장 마감 직전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되면서 발생한 ‘유동성 공백’ 때문인 것으로 풀이합니다. 현행 규정상 오후 15시 20분부터 15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는 LP의 유동성 공급 의무가 제한됩니다. 해당 상품은 다른 레버리지 상품에 비해 평소 거래량이 적고 호가창이 얇은 편인데, 이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 막판 LP의 통제마저 사라지자 누군가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넣었거나 주문 실수를 범하면서 가격이 크게 왜곡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역대급으로 쌓여 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가파른 폭락장과 가격 왜곡이 동시에 연출됐다는 점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38조 원을 돌파한 이후 줄곧 최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빚을 내서 주식을 산 ‘빚투’ 물량이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고스란히 반대매매의 타깃이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었던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가가 담보 비율 밑으로 떨어질 경우 강제로 물량이 청산되는 무차별적 반대매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의 장 막판 왜곡된 가격에 추격 매수한 투자자라면, 다음 거래일 개장 직후 거대한 폭탄을 떠안을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다음 날 장이 열리고 LP가 다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 해당 ETF의 가격은 본래 가치인 1만 6000원대 부근으로 급격히 수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고가에 매수한 투자자는 아침 개장과 동시에 40% 이상의 큰 손실을 즉시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급등기에 단기 차익을 노리고 유입된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자금이 워낙 비대해진 탓에, 주도주가 흔들릴 때 낙폭이 증폭되는 구조”라며 “특히 거래량이 적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단일가 매매 시간대에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으므로, 투자 시 반드시 iNAV(추정 순자산가치)를 확인하고 비정상적인 괴리율이 발생했을 때는 묻지마식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