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텅 빈 교실, 여교사 텀블러에 담긴 ‘정체불명 액체’의 정체

2026년 6월 16일   김주영 에디터

“화장실이 급해서 들어갔다.”

고등학생이 경찰 조사에서 내놓은 진술입니다. 하지만 그가 들어간 곳은 화장실이 아니라, 한 여교사의 일상이 깃든 초등학교 교실이었습니다.

제주 서귀포의 한 초등학교. 올해 4월 27일 오후 6시경, 아이들이 모두 떠난 교실에 한 고교생이 몰래 들어섰습니다. 그가 향한 곳은 여교사가 매일 쓰던 텀블러. 그는 그 안에 자신의 체액을 넣고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무심코 텀블러를 집어 든 교사. 수상한 액체를 발견하고 학교에 알렸고, 경찰 분석 결과 그것이 남성의 체액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평범한 출근길, 늘 곁에 두던 물건. 그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 순간을 상상해 보십시오.

교사는 그날 이후 무너졌습니다. 충격으로 병가를 냈고,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달 4일, 그는 같은 교실에 다시 침입해 교사 의자에 소변을 보는 2차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병가 중인 교사를 대신해 들어온 시간강사가 이를 발견했습니다.

복도 CCTV에 동선과 인상착의가 고스란히 담기면서 경찰은 그를 피의자로 특정, 건조물침입·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그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교사 측은 불법촬영 여부 확인을 위한 디지털 포렌식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주교사노조는 “교권과 학교 안전이 완전히 무너진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교육·수사 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매일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이,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게 됐습니다. 무너진 것은 텀블러 하나가 아니라, 한 교사의 평범한 일상 전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