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기존의 정형화된 학력 요건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산업에 최적화된 유망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파격적인 채용 실험에 나섰습니다. 학력 제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우수 인재들을 전방위로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핵심 인력들을 확보하고 묶어두기 위해 지난해 성과급 체계를 개편하며 상당한 보상을 보장했던 최근의 인사 혁신 기조와도 궤를 같이합니다. 신입사원 채용에서부터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문 파격적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일반인공지능(AGI) 시대의 새로운 인재 선별 방식에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지원 가능’과 같은 통상적인 학력 자격 요건을 전면 삭제한 신입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실제 SK하이닉스 채용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고를 살펴보면 지원 자격은 단 2가지로 극히 단순화되었습니다. 오는 9월부터 정상적인 정규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된 자로서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뿐입니다.
외견상으로는 지원 문턱을 대폭 낮춘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AI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 중심의 인재를 골라내겠다는 고도의 실험이 될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가 요구하는 핵심 인재상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최 회장은 향후 AI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주요 경쟁력으로 ‘실패했을 때의 회복 탄력성’과 ‘공감 능력’을 꼽아왔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채용 과정에서는 서류상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지원자의 가치관과 문제 해결 능력, 직무 이해도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기 위해 영상 인터뷰 전형 등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SK 커리어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SK하이닉스의 채용 전형은 업무 관련 지적 능력과 상황 판단력 등을 다면적으로 측정하는 ‘SKCT’를 거쳐 가치관, 문제 해결 능력, 직무 이해도 등을 확인하는 비대면 영상 인터뷰인 ‘A!SK’로 이어집니다. 이후 8월에는 면접 전형이 진행되며,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가치관과 성격, 보유 역량 수준 등을 진솔한 대화 형식으로 종합 검증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주요 질의응답(Q&A)을 통해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들도 제한 없이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했으며, 학력 입력 단계에서 희망할 경우 최종학력을 ‘고등학교 졸업’으로 선택해 접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번 채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평가 항목은 바로 ‘AI 활용 경험’입니다. 회사 측은 다가오는 AGI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원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직면한 문제를 해결했던 구체적인 경험을 소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어떻게 수용해 자신의 업무나 일상생활에 접목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거나 기존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솔루션을 도출해낸 경험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최 회장이 최근 방송 등 공식 석상에서 피력한 ‘제너럴리스트형 인재론’과 정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최 회장은 “앞으로는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보다 인간과 AI를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며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스템과 사회적 골조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모집 중인 채용 직무는 테크 연구개발(R&D) 분야의 설계, 소자, R&D 공정, 프로덕트엔지니어링, IT 등입니다.
한편 SK그룹은 인재 관리 분야에서 꾸준히 선제적인 실험을 단행해왔습니다. 최근의 파격적인 성과급 제도 개편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과거 2012년에는 250여 명 규모의 고졸 공채를 대대적으로 실시한 바 있으며, 당시 SK텔레콤의 경우 여타 스펙을 배제하고 오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능력만을 기준으로 삼아 ‘소셜 매니저’ 직군의 인턴사원을 선발하는 등 혁신적인 수시 채용 모델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