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사령탑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귀국 현장에서 분노한 팬들의 거센 항의를 맞닥뜨렸다. 특히 정 회장은 홍 감독과 선수단이 입국한 뒤 시간차를 두고 몰래 입국장 밖을 빠져나가려다 현장에 대기하던 인파에 포착돼 ‘개껌’이 날아드는 등 공항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는 축구대표팀의 입국 전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집결했다. 앞서 29일(현지시간) 멕시코 현지에서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지봉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홍명보 감독은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백승호, 김문환, 이강인, 설영우 등 일부 선수들과 함께 가장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항공편은 오전 4시 전후로 도착 예정이었으나, 이른 새벽부터 취재진을 비롯해 유튜버와 팬 등 300여 명이 입국장을 가득 메웠다. 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은 야유와 항의 구호로 뒤덮였다. 팬들은 북을 치고 현수막을 흔들며 “홍명보 나가라”, “연봉을 반납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 감독은 쏟아지는 비난과 “팬들에게 전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함구한 채 굳은 표정으로 공항을 이탈했다. 반면 고생한 선수들을 향해서는 “비난하지 말자”, “파이팅” 등 격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진짜 소동은 홍 감독과 선수단이 현장을 떠나고 약 40분이 지난 뒤 발생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 정면 돌파 대신 시간차를 두고 입국장 밖으로 슬그머니 걸어 나온 것이다. 수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잠행 입국 시도에 현장에 남아있던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한 남성이 정 회장을 향해 거친 고함과 함께 ‘개껌’을 투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며, 해당 남성은 즉각 현장 경찰관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공항에서의 별도 귀국 공식 행사나 미디어 인터뷰를 전면 취소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원정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귀국 행사를 생략한 채 개별 입국한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상에 사전 유포됐던 홍 감독 겨냥 신변 위협 글로 인해 경찰 기동대 등 삼엄한 경비 인력이 현장에 배치되면서 다행히 수위 높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2패(승점 3)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조 3위에 그쳤다. 더욱이 각 조 3위 12개국 간의 대진 순위에서도 10위에 머무르며 32강 토너먼트 진출권조차 따내지 못했다. 본선 참가국이 48개 체제로 확대된 첫 대회에서 최종 34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은 월드컵 도전사상 가장 낮은 순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주장 손흥민을 포함해 현지 항공편 사정으로 함께 입국하지 못한 나머지 선수단은 오는 7월 1일까지 순차적으로 입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