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상장폐지(상폐)라는 초강수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산운용사들이 수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자진 상폐를 검토해야 할 만큼 시장의 왜곡과 부작용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출현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규제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당국은 지난주부터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자산운용 및 증권업계의 의견을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당 상품이 상장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전체 자본시장을 뒤흔드는 진원지로 지목된 데 따른 긴급 조치다.
이처럼 시장이 극단적인 변동성에 노출된 원인은 한국 증시 특유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당일 주가 변동 폭을 2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상품이 도입되자 증시가 거대한 롤러코스터로 돌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열풍이 맞물리며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뭉칫돈이 대거 쏠리자 변동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현재 당국 내에서 거론되는 대책으로는 기본예탁금(현행 1000만 원) 인상을 통한 진입장벽 강화, 사전 온라인 교육 시간 확대, 본주에 대한 신용융자 제한, 그리고 레버리지 대상 단일종목을 타 시총 상위 기업으로 분산해 수급 쏠림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들이 쏟아지는 자금 압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자산운용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ETF 운용사들은 기초지수와 펀드 순자산가치(NAV)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장 마감 직전 자산을 재조정하는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시총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운용사들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경우, 본주가 10% 급등하면 장 막판에 수천억 원 규모의 현물 주식을 기계적으로 추가 매수해야 한다. 이러한 대규모 리밸런싱 수급은 장 마감 전 주가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허점을 노린 외국계 초빈도매매(HFT)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베팅도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장 막판 운용사들의 리밸런싱 압박을 악용해 초당 수십 번의 주문을 반복하며 수익을 챙기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가의 상승과 하락 폭이 더욱 증폭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지난 23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9.99% 폭락했던 ‘검은 월요일’ 사태 역시 이 같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결함이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동성공급자(LP)를 맡고 있는 증권사들 역시 딜레마에 빠졌다. 호가를 대는 LP들은 헤지(위험분산) 거래를 병행해야 하지만, 현재 극심한 변동성 탓에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진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손익 통산 없이 이익 구간에만 교육세를 부과하는 과세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세금 부담까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LP의 호가 공급이 위축되면 괴리율이 폭등해 결국 일반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시장에서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무지와 판단 착오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금융위원회도 부작용을 우려해 상품 도입에 부정적이었으나, 청와대 등 윗선에서 홍콩 등으로 유출되는 국부 유출을 막고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논리를 앞세워 무리하게 국내 상장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 안정에만 매몰된 채 주식시장에 미칠 파괴력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후회의 뜻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해외 자금 유출 방지라는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실익은 없고 부작용만 키웠다”며 “당시 드러누워서라도 상장을 막았어야 했다”고 통탄했다.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는 시민 청원이 올라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해당 상품이 시장을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질시켰으며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자괴감과 손실을 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미 홍콩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상품이 거래되거나 상장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만 일방적으로 상장폐지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우선 시장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