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랠리’ 꺾이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점 대비 20% 급락, 투자자 비명
[서울=금융신문] 국내 증시를 이끌던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가파르게 주저앉으면서, 뒤늦게 고점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발 반도체 쇼크와 이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진 영향으로 국내 대표 반도체 투톱 기업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20% 가까이 수식 하락했으며, 이에 따라 원금 손실을 보는 투자자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장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8.43% 밀린 28만 8000원까지 떨어졌고, SK하이닉스 역시 9.77% 급락한 231만 원까지 밀려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 대형주의 동반 침체에 코스피 지수 역시 6% 이상 폭락하며 7800선이 붕괴됐다. 특히 이날 오전 9시 7분 3초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장이 열리자마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 원에 달하는 ‘매도 폭탄’을 시장에 던진 반면, 기관(3700억 원)과 개인 투자자(2조 6000억 원)는 이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국내 증시에 불어닥친 한파의 진원지는 전날 미 뉴욕 증시였다. 글로벌 반도체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고꾸라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27% 급락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0.57% 폭락한 것을 비롯해 AMD(-6.89%), 인텔(-9.03%), 엔비디아(-1.25%) 등이 줄줄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플랫폼스가 자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지난 2분기 동안 240% 넘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마이크론의 주가가 단 하루 만에 11%가량 빠지며 시가총액 약 2000억 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갔다”라며 “메타의 클라우드 진출 보도가 전반적인 AI 인프라 관련주에 강력한 매도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역사적 신고가를 달성한 이후 뚜렷한 다운턴(하강 국면)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종가 기준 36만 25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으나,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며 현재 최고점 대비 약 20% 밀려난 상태다. SK하이닉스 또한 지난달 25일 291만 7000원까지 올라서며 ‘300만 닉스’ 돌파를 목전에 뒀었지만, 이내 하락 반전해 고점 대비 약 20%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자체 MTS 투자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NH데이터’에 따르면, 지수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전인 지난달 30일 기준 삼성전자 투자자의 12.26%(당시 종가 33만 4000원), SK하이닉스 투자자의 16.10%(당시 종가 265만 원)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추가로 2거래일 연속 폭락장이 연출된 만큼, 현재 시점의 손실 투자자 비율은 이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