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 바둑기사 신진서(26) 9단이 현존 최고 사양의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냈습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AI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운데, 프로기사가 공식 대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2점 접바둑을 이긴 것은 신진서 9단이 최초입니다.

■ 신진서 9단, AI 카타고 상대로 2승 1패 최종 우승
신진서 9단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221수 만에 흑 11집 반 대승을 거뒀습니다.
앞서 17일 열린 1국에서는 패배를 기록했지만, 19일 2국에서 반격에 성공한 뒤 이날 최종국까지 잡아내며 최종 전적 2승 1패로 역전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이번 대국은 신진서 9단이 흑돌 두 점을 먼저 깔고 시작하는 ‘2점 접바둑(덤 흑 반집 공제)’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픈 소스 바둑 AI인 카타고는 평소 프로기사들과의 2점 접바둑에서도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해왔습니다. 특히 이번 대국에서는 그래픽카드 ‘GeForce RTX 3090Ti’ 4장을 병렬 결합한 특수 제작 컴퓨터 시스템이 동원되었고, 매 수 착수 시 20초 이내에 판단을 내리는 무서운 연산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대국 승리 원인은? “AI 모방 대신 내 스타일대로 판을 깐 것”
최고 사양의 AI를 꺾은 신진서 9단의 승리 원인은 ‘철저한 본인만의 스타일 구축’과 ‘안정적인 판 짜기’에 있었습니다.
신 9단은 3국 초반 소목 포석을 선택한 뒤, 복잡하고 어지러운 전투를 피하고 차분하게 집을 쌓아가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우상귀에서 상대에게 실리를 내주는 대신 상변과 우변에 두터운 세력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까지 진영을 넓히며 확실한 우위를 점했습니다. 그 결과, 대국 내내 카타고를 상대로 예상 승률 99% 아래로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는 완벽한 명국을 펼쳤습니다.
■ 신진서 9단이 승리 후 남긴 말
신 9단은 우승 확정 후 인터뷰를 통해 “이세돌 선배가 알파고를 상대로 10년 전 이겼을 때보다는 부족한 승리지만, 인간이 AI를 상대로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여드렸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나조차도 AI를 상대로 두 점을 두고 이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그 인식을 바꿨기에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수비적으로 가면 내가 실수하지 않지만 상대도 실수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가면 실수가 나오지만 오늘처럼 상대의 실수도 유도할 수 있어서 무엇이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결과적으로 AI를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보다는 내 스타일대로 판을 까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 총 상금 2억 5천만 원과 제네시스 G90 부상 획득
한편, 이번 특별 대국 규칙에 따라 신진서 9단은 5시간의 제한 시간과 1회의 초읽기를 부여받으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날 승리로 신 9단은 대국당 5천만 원씩 총 1억 5,000만 원의 대국료에 최종 승리 수당 1억 원을 더해 총 2억 5,00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쥐었습니다. 더불어 2개 대국 이상 승리 시 주어지는 특별 부상인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 G90’까지 품에 안으며 최고의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