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제3자가 대신 납부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 및 공직 상실에 해당하는 무거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이 상급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오세훈 시장은 즉각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며 서울시는 차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 재판부 “후보자 명의 여론조사 우회 목적… 죄질 불량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오세훈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대해 “피고인의 여론조사 의뢰 및 타인을 통한 비용 대납 행위는 공직선거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후보자 명의의 여론조사’를 우회적으로 실현하려는 불순한 목적과 결부되어 있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 시장은 다선의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지낸 중진 정치인으로서 정치자금법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 내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이에 따라 공직 자격을 상실하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여론조사 비용을 불법으로 대납한 혐의를 받는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각각 선고되었습니다.
■ 2021년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 여론조사’ 10건… 3,300만 원 대납 전말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1년 치러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은 명태균 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고, 이에 대한 대금 3,300만 원을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 씨가 대신 납부하게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특검팀은 강철원 전 부시장이 오 시장과 김 씨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및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 오세훈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 진술에 의존… 항소할 것”
1심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선 오세훈 시장은 참담한 표정으로 재판부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항소 의지를 밝혔습니다.
오 시장은 취재진과 만나 “먼저 국민 여러분과 서울시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판결 내용에 대해서는 “총 10건의 여론조사 중 5건이 유죄로 인정되었는데,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특히 오 시장은 “천하의 거짓말쟁이인 명태균의 일방적인 진술과 불충분한 간접 증거들만으로 혐의가 인정된 것은 법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다투어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 측 박노수 특검보는 “그동안 피고인 측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정치적 기소’라며 수사팀을 폄훼해 왔으나, 오늘 판결로 그것이 전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형량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맞섰습니다.
서울시정의 수장이 ‘직위 상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대법원 확정판결 시기와 그에 따른 차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시나리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