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원으로 시작해 불과 몇 달 만에 3억 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단 4주 만에 그 돈은 ‘0원’이 됐다. 24살 대학생 이승호(가명) 씨의 계좌가 강제 청산당하던 날, 그가 느낀 것은 단순한 패배감 그 이상이었다.
“가장 큰 실패가 온 날, 일단 숨이 안 쉬어졌어요.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라고요. 자본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니 엄청난 공허함이 밀려왔고, 예전처럼 택시나 지하철을 타던 평범한 삶조차 다시 영위할 수 없겠다는 압박감이 컸습니다.”
이씨가 3억 원이라는 거금을 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있었다. 복잡한 서류 절차도 필요 없이, 스마트폰 주식 앱에서 버튼 몇 번을 누르는 것만으로 5배 레버리지의 세계가 열렸다. 주가가 1% 오르면 5%의 수익을 얻는 구조는 불안한 미래를 마주한 20대 청년에게 이상적인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보였다.
이씨는 “국내에서는 미수 거래가 클릭 한 번이면 가능하다”며 “젊은 나이에 고수익을 얻으려면 레버리지라는 방법이 가장 무난해 보였다. 스스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류 한 장 없이 수십 배의 판돈을 굴릴 수 있는 현실은 비단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 2분기 기준, 대한민국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금액은 하루 평균 6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들이 투자 동아리에 모여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의 수익률을 토론하는 것이 오늘날의 흔한 풍경이 됐다.
이들이 이토록 극단적인 위험에 몸을 던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 대학생 투자자는 “한 달 용돈이 50만 원인데, 이제는 정말 평범한 방식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라며 “모든 사람들이 자본 시장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주식 시장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을 금지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 번 자본 시장의 폭발적인 수익을 맛본 청년들이 온전히 노동 시장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계좌가 0원이 된 후 이씨 역시 주식 창을 닫고 다시 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주식 시장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이씨는 “금융 소득만 얻던 삶에서 타의에 의해 노동 소득의 삶으로 바뀌었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다시 1천만 원이 모인다면, 그 돈을 30배로 불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 레버리지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또 실패할 수 있겠지만 다시 배팅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5배의 배팅판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겠다는 청년들. 이것은 그저 개인의 무모한 욕심일까, 아니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씁쓸한 자화상일까.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어떤 해답을 내놓아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