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장악한 SK하이닉스가 오는 29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터뜨릴 전망이다.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해지면서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한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쏠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 하반기 SK하이닉스의 구조적인 주가 재평가(리레이팅)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증권가 및 금융투자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4조 원을 웃돌며 영업이익률 역시 75%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기존 제조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이적인 수익성이다. 북미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CAPEX)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HBM3E를 비롯한 고용량 서버용 D램의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낸 결과다.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하반기를 향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3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최소 25% 이상 추가로 급등하며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기업 펀더멘털은 곧바로 강력한 수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SK하이닉스 주식을 4258억 원어치나 쓸어 담으며 전체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려놓았다.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도 연기금이 든든한 방어벽을 쳐주면서, 27일 오전 10시 기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1% 상승한 178만 2000원 선에서 탄력적인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SK하이닉스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사업 체질의 진화’에 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스마트폰, PC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수요에 크게 의존해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하는 고질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촉발된 AI 인프라 붐은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기업 간 거래)가 핵심이다. 고객사와 미리 물량과 가격을 정해두는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이 급증하면서, 향후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AI 데이터센터 관련 비중은 최대 7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짐에 따라, 기존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마다 겪었던 ‘주가 할인(디스카운트)’ 꼬리표를 마침내 떼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월가 역시 이 같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장기화에 베팅하며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조지프 무어 애널리스트는 “AI 데이터센터 발 폭발적인 수요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은 2027년~2028년까지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이라며 일시적인 주가 조정기를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에버코어의 아밋 다랴나니 수석 연구원 또한 “AI 산업의 무게 중심이 ‘학습(Training)’ 영역에서 ‘추론(Inference)’으로 확장됨에 따라 메모리 병목 현상이 IT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압도적인 실적 기대감과 B2B 중심의 체질 개선, 그리고 기관의 맹렬한 수급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SK하이닉스가 올여름 증시에서 새로운 주가 역사를 써 내려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