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장 폭락이 사실상 ‘사망 선고’인 이유

2026년 7월 28일   김주영 에디터

한국 증시가 이른바 ‘검은 날’을 맞았다.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셀코리아’에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며 시장 기능이 일시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방불케 하는 궤멸적 폭락장에 “사실상 국장(국내 증시) 사망 선고”라는 뼈아픈 탄식마저 쏟아지고 있다.

28일 오후 2시 38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9.21포인트(10.79%) 폭락한 6026.54에 거래되고 있다. 심리적 1차 지지선인 6000선마저 장중 위협받는 아찔한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6000선 아래로 밀린다면 이는 지난 4일 14일 이후 약 3개월 반 만이다.

현재의 하락률(10.79%)은 지난 3월 4일 기록했던 12.06% 하락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거대한 규모다. 하락 폭을 기준으로 봐도 지난 6월 23일(910.71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치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면서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시장 안정화 장치도 연이어 작동했다. 이날 오전 9시 6분경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어 오전 10시 13분 43초에는 코스피 지수가 전장 대비 8.02% 곤두박질친 6213.51을 기록, 1단계 ‘서킷브레이커’마저 발동되며 20분간 유가증권시장 매매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이번 대폭락의 주범은 외국인 투자자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4조 6619억 원, 5239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내고 있지만, 외국인이 홀로 5조 1691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물량을 집어던지며 지수를 깊은 수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업종별로는 피난처가 전무한 상황이다. 전기·전자(-13.19%), 의료·정밀기기(-11.39%), 건설(-10.02%), 기계·장비(-9.53%), 통신(-9.53%), 유통(-8.74%), 금융(-8.51%) 등 전 업종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시가총액 최상위 반도체 ‘투톱’의 붕괴는 더욱 참혹하다. 삼성전자는 무려 13.19% 폭락한 22만 500원에 거래 중이며, SK하이닉스 역시 13.61% 주저앉은 156만 9000원까지 밀렸다. 이 외에도 삼성전기(-16.45%), SK스퀘어(-15.33%), 삼성전자우(-12.35%), 현대차(-10.67%), LG에너지솔루션(-6.91%), 삼성바이오로직스(-0.52%) 등 대형주들이 일제히 추락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아비규환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95포인트(8.75%) 폭락한 697.91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 지수가 종가 기준 700선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해 4월 16일(699.11)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9시 14분경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낮 12시 1분에는 지수 8% 이상 하락 상태가 지속되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멈춰 섰다. 수급별로는 개인이 1325억 원을 순매수 중이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30억 원, 902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 중에서는 에코프로(-10.30%)와 에코프로비엠(-9.23%) 등 2차전지 관련주가 급락했고, 원익IPS(-16.32%), 주성엔지니어링(-13.68%), 리노공업(-12.75%), 레인보우로보틱스(-10.87%), 알테오젠(-6.89%), HLB(-4.77%)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파마리서치(1.62%) 정도만 간신히 빨간불을 켜고 있다.

■ “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 급 패닉”… 투심 붕괴 속 ‘국장 사망 선고’ 탄식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늘 하루 벌어진 역대급 폭락 사태를 두고 단순한 조정을 넘어선 ‘한국 증시의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이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된 것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의 공포 장세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대외 악재에 취약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약점이 외국인의 기록적인 자금 이탈과 맞물려 최악의 형태로 폭발한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4조 원 넘게 사들이며 방어선을 구축하려 했으나 외국인의 5조 원대 폭탄 매도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며 “금융위기나 코로나 사태 때 수준으로 심각하게 폭락하면서 시장의 투자 심리가 완전히 박살 났다.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현 상황은 사실상 ‘국장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