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사망 선고 내려진 코스피, 더 큰일난 이유

2026년 7월 29일   김주영 에디터

국내 주식시장이 끝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며 5700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월간 하락률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을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기록을 세우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대장주가 훌륭한 실적을 냈음에도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IMF·금융위기 때보다 더 빠졌다… 월간 하락률 역대 1위 ‘불명예’
29일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가량 폭락한 5693선 안팎에서 거래되며 6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장 초반 1%대 상승 출발하며 6200선을 터치하기도 했으나, 이내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급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오전 10시 55분경에는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코스닥 지수 역시 5%대 급락하며 660선까지 밀렸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의 월간 하락률은 28.9%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나라 경제가 휘청였던 1997년 10월 IMF 사태 당시의 하락률(-27%)이나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23.1%) 때보다도 더 큰 낙폭이다.

■ “SK하이닉스 호실적에도 폭락”… 코스피 사실상 끝났다?
증시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며 ‘더 큰일 났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실적과 주가의 괴리다.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호실적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SK하이닉스 주가는 8%대, 삼성전자는 3%대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잘 나왔음에도 코스피와 반도체 투톱의 주가가 겉잡을 수 없이 하락 중인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상 현재의 코스피 상승 동력은 끝났으며,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향후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과 중국 창신메모리(CXMT) 상장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독과점 붕괴 우려가 투자 심리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 글로벌 기술주 동반 추락 속 위험한 ‘빚투’
이러한 AI 피크아웃 공포는 간밤 뉴욕증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분기 뛰어난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7%가량 급락했으며, 마이크론(-8.85%), AMD(-8.15%), 인텔(-5.86%)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추락하며 나스닥 지수를 끌어내렸다.

한편, 이 같은 극심한 공포장 속에서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천만한 베팅은 계속되고 있다. 기관이 1조 5000억 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등 변동성이 극대화된 2배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해당 종목이 하루 만에 28% 넘게 폭락했음에도 4200억 원에 달하는 매수세가 몰리며 2차 피해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글로벌 AI 랠리를 주도했던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진 만큼, 당분간 국내 증시가 의미 있는 반등을 이루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