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뒤흔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극심한 변동성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수익률 배수 하향 조정과 예탁금 추가 인상 등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추가 보완책 검토를 공식 시사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 출석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폭락 사태에 대해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부분에 대해 매우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금융당국이 초래한 인재(人災)” 질타에 고개 숙인 금융위원장
이날 정무위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폭락 사태를 금융위와 금감원이 초래한 인재로 볼 수 있느냐”고 질타하자, 이 위원장은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로서 그 책임 역시 당연히 무겁다”고 인정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어 이 위원장은 “신속하게 보완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과감한 추가 조치도 단행하겠다”며 강력한 개입 의지를 피력했다.
■ 2배수 인하·투자 총량 제한까지… 거론된 ‘충격적’ 규제안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품 구조 자체를 손보겠다는 의지다. 현재 2배로 설정된 레버리지 배수를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본시장법상 배수 조정을 위해서는 수익자 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 위원장은 “2배수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은데,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배수 인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당국은 이를 위해 국회와 보완 입법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진입 장벽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오는 31일부터 예탁금 3천만 원 기준이 시행되는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경우 이 기준을 추가로 올리겠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개인 투자자의 ‘몰빵 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총량 관리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체 투자 자금 중 일정 비율까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당국은 장 마감 직전 주가 왜곡을 부추기는 리밸런싱 시간대를 분산하거나 거래 규모 자체를 축소하는 방안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 야당 “광란의 카지노 판… 국정조사 실시해야” 맹폭
이날 회의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강행한 배경을 두고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가 고위험 투기판을 깔아줘 개미 투자자들의 현금이 녹아내리고 있다”며 “광란의 카지노 판으로 변질된 배경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올해 초 해당 상품의 도입 검토를 지시한 김용범 정책실장에 대한 국정조사 및 법적·행정적 책임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이 원장의 과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알면서도 방관했다면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원장은 “맥락이 좀 다르다”고 해명하면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변동성 최소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 여당 “실질적 변동 원인 파악부터” 신중론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정밀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의견이 나왔다. 박홍배 의원은 “현재 주가 하락의 유일한 원인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출시 시점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뼈아프다”고 짚었다.
이강일 의원 역시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며, 금융위와 한국거래소가 개인·외국인·기관의 거래 규모와 매일의 리밸런싱 영향을 철저히 점검해 실질적인 변동 원인을 찾아낼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위원장은 “출시 당시부터 고위험 상품이며 음의 복리 효과가 있다는 점을 지속해서 경고해 왔다”며 “해외 레버리지 투자 시에는 없었던 보호 장치를 나름대로 강화해 가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