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데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경계 심리가 겹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0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72%(1500원) 하락한 20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21만4000원으로 장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개장 직후 21만7000원까지 터치하며 반등을 시도했으나, 이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세로 전환했다.
■ 매출 171조·영업익 89조 ‘역대 최대’… HBM·AI 서버 수요 폭발
이날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71조4995억 원, 영업이익 89조492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30.0%, 영업이익은 무려 1813.8% 폭증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며, 영업이익의 경우 증권가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약 5% 상회했다.
이 같은 눈부신 실적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견인했다. DS 부문에서만 매출 127조5000억 원, 영업이익 89조2000억 원을 거둬들였다. 회사 측은 인공지능(AI)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공급 확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이미 다 아는 호재”… 재료 소멸과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그럼에도 주가가 파란불을 켠 가장 큰 이유는 ‘선반영’과 ‘재료 소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 규모의 잠정 실적을 선공개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확정 실적이 잠정치와 거의 일치하게 나오면서, 새로운 매수세를 이끌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기대감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반도체 섹터의 투자 심리 위축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피크아웃’ 우려와 함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맹추격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들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간밤 뉴욕 증시에서도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주요 반도체 관련주가 동반 하락하며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 증권가 “펀더멘털 훼손 없는 노이즈… 콘퍼런스콜 메시지 주목”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작금의 주가 하락이 기초체력(펀더멘털)의 문제라기보다는 단순한 심리적 위축에 가깝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도주 역할을 하던 반도체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득세하고 있는 시기”라면서도 “실제 실적 추정치가 꺾이는 등 펀더멘털 훼손이 현실화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경계감도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임혜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수출 단가와 물량 추이를 보면 수요 위축 조짐은 미약하다”며 “중국 업체의 수출 물량이 늘고 있긴 하지만, 외국 기업의 현지 생산분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당장 흔들 만큼의 기술 격차 축소나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의 눈은 당장의 과거 실적 수치보다 향후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콘퍼런스콜로 쏠리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우려를 ‘노이즈’로 규정하며 “단기적인 주가 반등의 촉매제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공급계약(LTA)의 구체화, 내년도 HBM 가격 협상 전망, 그리고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