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한반도 개입을 결정했던 마오쩌둥(모택동)의 어록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꼽아 거센 안보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차 국가 안보의 중추가 될 정예 사관생도들 앞에서 대한민국 국방수장이 ‘적장’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소개한 것을 두고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군 당국에 따르면, 안규백 장관은 지난 6월 15일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논란은 안 장관이 강연 도중 정세가 급변해도 흔들리거나 놀라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처변불경(處變不驚)’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안 장관은 이 사자성어가 마오쩌둥이 가슴에 품었던 말이라고 설명하며 “마오의 좌우명이 곧 나의 좌우명”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군 안팎은 물론 정치권에서는 안 장관의 역사 인식과 대적관을 두고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마오쩌둥은 6·25전쟁 당시 통일을 눈앞에 둔 결정적인 시기에 중공군 파병을 지시한 인물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국군과 UN군 장병들이 희생되었으며, 한반도의 분단이 영속화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적과 맞서 싸워야 할 사관생도들을 향해 국방부 장관이 적장이나 다름없는 인물의 어록을 찬양하듯 소개한 것은 군의 기강과 안보관을 뿌리째 흔드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발언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군의 흔들림 없는 대비태세와 위기 대응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든 비유적 표현이었을 뿐”이라며 “특정 인물의 사상이나 행적을 찬양하려는 취지는 전혀 아니었다”고 적극적으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장관의 부적절한 역사적 인용과 안보 전선 문제를 연일 정조준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수장의 ‘입’에서 촉발된 이번 파장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