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인 고(故) 안상호의 ‘친일 논란’과 관련해 하영의 부친 A씨가 직접 입장을 밝히고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조부의 친일 단체 명단 등재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하면서도, 당초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던 이유와 억울한 부분에 대해 상세히 해명했다.
10일 늦은 오후, 서울 모처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하영의 부친 A씨는 가족을 대표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조부의 친일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많은 분께 불편함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특히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라는 중요한 역사 문제가 불거진 만큼, 가족 구성원 모두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사과했다.
최근 온라인과 언론을 통해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친일 단체인 대정실업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조부의 이름이 평의원 명단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사적으로 엄중한 문제인 만큼 후손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인정했다.
앞서 하영의 소속사 측이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A씨는 가족들에게 대대로 전해져 온 조부 안상호와 독립운동가 의친왕의 끈끈한 관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적 ‘한국 의학의 개척자’ 내용을 인용하며 “조부께서는 항일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의친왕을 보필하셨던 분”이라며 “과거 조부가 일본 동경 자혜의과대학에 근무할 당시 의친왕의 진료를 맡았고, 의친왕으로부터 빨리 귀국해 조선을 위해 봉사해달라는 권유를 받아 귀국을 결정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의친왕을 늘 가까이에서 모셨기에 조부께서 친일 논란에 연루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고종 독살설’에 대해서도 해당 서적에 기록된 의친왕의 증언을 빌려 “터무니없는 풍문”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안상호가 1918년 매일신보에 일본인 여성과 혼인하고 일본식 생활 양식을 따른 이른바 ‘일선동체’의 사례로 보도된 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A씨는 “조모가 일본인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당시 매일신보 기사의 의미를 새롭게 접했다”며 “조부께서 일본인 여성과 혼인하게 된 배경은 의친왕께서 일본에 머무실 때 시무를 보던 여성을 직접 소개해주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여성과의 혼인 자체를 친일과 연결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면서 “어린 시절 조모(일본인 아내)는 늘 한복 차림으로 손자들을 돌보고 직접 농사를 지으셨다. 조부께서는 ‘자신이 죽더라도 한국에 남아 자식들을 키우고 사회에 기여하라’고 당부하셨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안상호의 업적으로 1915년 일본인 중심의 경성의사회에 맞서 한국인 의사들을 규합, 오늘날 대한의사협회의 전신인 ‘한성의사회’를 독자적으로 조직해 초대 회장을 지낸 사실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씨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조부의 과거사를 미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조부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셨는지 처음부터 면밀히 다시 살펴보고 있다.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러우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태도로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 후손으로서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고민하며 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