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역사학자 “배우 하영 증조부 안상호, 친일파 단정하면 안된다” 선언

2026년 8월 12일   김주영 에디터

최근 배우 하영의 증조부인 근대 의사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파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유명 역사학자인 심용환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구체적인 친일 부역 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친일파로 단정 짓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섣부른 마녀사냥을 경계하고 나섰다.

심 소장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하영의 증조부 논란과 관련한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역사적 팩트와 대중의 잣대에 대해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 “고종 독살설은 낭설… 주치의 이력만으로 친일파 몰기 어려워”

심 소장은 우선 대중 사이에서 기정사실처럼 퍼진 ‘고종 독살설’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고종 독살설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맞지만 풍문에 불과하며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냉정히 말해 10년간 일본에 아무런 저항을 않던 고종을 갑자기 일본이 독살할 이유 자체가 없다”며 “당시 주치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독살의 주체나 친일파로 모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일부 방송이나 미디어가 낭설을 사실처럼 전제하면서 대중의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 “대정친목회 활동? 훌륭한 인물은 아니나 ‘친일파’ 규정은 위험”

하영의 소속사가 시인한 증조부 안상호의 ‘대정친목회(친일 단체)’ 평의원 활동 이력에 대해서도 냉철한 분석을 내놨다. 심 소장은 “당시 엘리트였고 친일파들이 많이 참여했던 단체에 소속된 것, 일본의 시정 홍보에 집안이 사용된 점 등에서 만년에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특정 단체에 가입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총독부 정책에 충실하며 개인의 성공을 좇은 기회주의적 행보일 수는 있으나, 이를 농민이나 독립군을 위해 헌신한 이들과 비교하며 섣불리 흑백논리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불편한 진실 반성 없는 자랑은 아쉬워… 역사학계 기준 명확히 해야”

심 소장은 이번 논란이 촉발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방송에 나와 의사 집안을 자랑했다가 괘씸죄로 걸린 것’이라는 말이 진실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하영을 향해 “여배우의 잘못이라면 그러한 가족사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조상의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자랑을 일삼는 우리의 일상과도 별다를 바 없다”며 개인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는 여론의 과열을 경계했다.

끝으로 심 소장은 “쉽게 누군가를 ‘친일파’라고 단정해버리면 과거사에 있었던 너무나 많은 이들이 친일파가 될 것이고, 결국 비판해야 할 기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누구를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보고, 누구를 친일 부역자로 볼 것인지 명쾌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역사학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배우 하영은 지난 7일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부께서 4대째 의사 집안이며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발언했다가 네티즌들의 추적 끝에 증조부가 대정친목회 소속 안상호라는 사실이 밝혀져 거센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소속사 측은 당초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하루 만에 기록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