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랑했던 증조부 고(故) 안상호의 ‘친일 파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안상호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뼈아픈 고백 글이 이른바 ‘파묘(재발굴)’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2일 각종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2030 애환. 익명이니까 고백할 수 있는데’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3년 5월 18일에 작성된 게시글의 캡처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자신의 집안 내력을 언급하며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고종황제 독살 의심 어의시다. 나는 4년 전에 처음 알게 됐다. 티비에도 짧게 이름만 나왔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작성자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 집 잘 살거든. 나도 잘은 모르는데 대대로 잘 살았다고 들었다”며 “일제강점기 때도 별탈 없이 잘 산 거 보면 증조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할아버지도 친일했겠지. 존X 더럽다, 내가 이 집에서 태어난 게”라며 자신의 뿌리를 향해 강도 높은 분노와 혐오감을 드러냈다.
당시 이 글을 본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KBS ‘역사스페셜’ 2009년 8월 15일 방송이 4년 전이긴 한데, 거기에 ‘안상호’ 이름이 나온다”고 짚어냈다. 실제로 당시 해당 방송분에서는 고종 독살설을 다루며 진료를 맡았던 안상호를 둘러싼 유언비어를 조명한 바 있다. 정황상 글 작성자가 언급한 ‘증조할아버지’가 현재 하영의 증조부로 밝혀진 안상호와 동일 인물임이 기정사실화되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해당 글의 정확한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작성자가 13년 전인 2013년에 ‘2030 세대’를 표방하며 글을 작성한 점을 미루어 볼 때, 1993년생(당시 20세)인 하영 본인일 가능성보다는 가문의 또 다른 후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친일 후손조차 부끄러워했던 과거의 글이, 방송에 나와 증조부를 ‘최초의 양의원 개원 의사’로 포장했던 하영의 발언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대중에게 더 큰 소름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앞서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할아버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한양에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해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며 4대째 이어지는 의사 집안의 내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방송 직후 누리꾼들의 추적 끝에 증조부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당시 이완용 등 대표적 친일파들이 몸담았던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의 평의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드러나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일자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10일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명백한 역사적 사료들이 연이어 등장하자 불과 하루 만인 11일,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입장을 번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자랑스러웠던 집안 내력이 하루아침에 ‘친일파 가문’이라는 꼬리표로 돌아오면서 하영의 활동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하영은 당초 광복절 하루 전날인 오는 14일,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이런 엿같은 사랑’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부득이한 사정”을 이유로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