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파죽지세로 6800선을 돌파한 가운데,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시장의 매수 열기가 뜨겁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폭발에 따른 낸드플래시(eSSD) 시장의 구조적 성장, 극단적인 저평가 매력, 그리고 수십조 원대에 달하는 역대급 주주환원 기대감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폭풍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 외국인 싹쓸이 매수… “고점 대비 40% 폭락, 지금이 절대적 바닥”
13일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2.55포인트(4.14%) 급등한 6851.59를 기록하며 장중 6800선을 가뿐히 회복했다. 이번 상승장의 일등 공신은 단연 외국인이다. 개인 투자자가 1조 8578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동안, 외국인은 1조 5499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는 철저히 반도체 대장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무려 8984억 원, 삼성전자를 47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7%대, 삼성전자는 4%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주의 조정이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이 아닌 단기 수급 꼬임에 따른 과도한 하락이었다고 진단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양대 반도체주 주가는 과도한 신용 레버리지 물량 청산 여파로 고점 대비 40% 이상 급락하며 내년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3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실적 개선 전망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앞으로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받을 여지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세를 보이며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된 점도 AI 및 반도체주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 AI 추론 시대의 도래, 불티나게 팔리는 ‘eSSD’… 글로벌 1·2위 독식
주가 반등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실적’과 ‘시장 지배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 25%로 확고한 1위를 지켰고, SK하이닉스는 22%로 그 뒤를 바짝 쫓으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핵심은 AI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서버용 기업용 고용량 저장장치(eSSD)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기업용 SSD는 전체 낸드 비트 출하량의 48%를 차지해 전년 동기(26%) 대비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수익성 중심의 전략도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한된 생산 여력 속에서 이익률이 월등히 높은 D램 생산을 우선시하며 체질을 개선했고,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솔리다임의 비트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40%나 폭증하며 eSSD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중국의 양쯔메모리(YMTC)가 저가 공세를 앞세워 출하량 기준 3위(14%)로 올라섰으나, 고부가가치 제품인 데이터센터용 eSSD 비중이 낮아 실제 매출 기준으로는 5위에 그치며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다가오는 내년까지 낸드 시장의 수익성은 ‘고부가가치 제품(eSSD)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렸으며, 이는 국내 투톱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 “150조 + 80조” 상상 초월하는 주주환원 정책 쏟아지나
역사적인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함께 시장의 가슴을 뛰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주주환원’이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이 주주들에게 대거 환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역사상 최대폭의 반도체 업사이클 효과로 단기 주주환원 정책 또한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간 주주환원액은 삼성전자 150조 원 이상, SK하이닉스 80조 원 이상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겁먹은 시점에 주주환원으로 강력한 수급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 밸류에이션 매력, 그리고 막강한 주주환원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금 한국 반도체 시장에 조 단위의 베팅을 쏟아붓는 이유다. 시장 일각에서 우스갯소리로 나오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꿈의 목표가 달성 여부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