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과거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당한 이토 히로부미의 추도 모임에 참석하고, 조선총독부의 ‘내선 융화(내선일체)’ 정책에 앞장섰다는 전문가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지난 12일 KBS1 ‘뉴스라인 W’에 출연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안상호의 구체적인 친일 행적을 조명했다.
방 처장은 안상호의 첫 번째 친일 행적으로 ‘이토 히로부미 추도식 참석’을 꼽았다. 그는 “1909년은 안중근 의사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해인데, 당시 서울에서 열린 이토 히로부미 추도 모임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안상호 친일 행적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이어 안상호가 총독부 자문기구인 ‘경성부협’과 일왕의 연호를 딴 ‘대정친목회’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지적했다. 방 처장은 “대정친목회의 목적은 일본인과 조선인이 융화해 하나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선 융화’였다”며 “식민지 지배 정책에 앞장선 단체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는 안상호 가족이 ‘내선일체 모범 사례’로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안상호는 “나는 일본 사람과 똑같지요”, “조선 사람과 그리 상종하는 일이 없으므로 불편한 것은 없다” 등의 망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 ‘친일 단체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 친일파로 단정 지을 수 없다’거나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없다’며 안상호를 옹호하는 의견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방 처장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지탄받아야 할 친일파라고 할 순 없지만,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며 “(안상호는) 강제 한일 합방을 비호했던 홍보대사이자 셀럽으로 활동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친일 행적”이라고 일축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사전은 ‘적극성’과 ‘지속 반복성’을 기준으로 엄선된 소수(4389명)만 들어갔기 때문이지, 사전에 없다고 해서 친일 팩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하영이 최근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에 출연해 “증조할아버지는 일본에서 양의학을 배워와 한양에 개원하신 첫 의사”라며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자랑스레 밝히면서 촉발됐다.
당초 하영의 소속사 측은 안상호의 친일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으나,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들이 속속 등장하자 결국 입장을 번복했다. 하영은 12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일제 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하영의 조부인 고(故) 안부호 교수가 과거 한센인에 대한 강제 격리와 단종(정관수술), 낙태 등 끔찍한 인권 유린이 자행됐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던 이력까지 추가로 드러나며 ‘가족사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다. 하영은 자필 사과문에서 증조부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 조부의 소록도병원 인권 유린 가담 의혹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겨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