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1주택 ‘갭투자자’를 겨냥해 강력한 전세대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본인 소유의 집에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채 세를 주고, 자신은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거주하며 주택을 늘려가는 이른바 ‘갭투자’ 관행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 “단 하루도 안 살았다면 대출 0원”… 깐깐해진 실거주 요건
이번 전세대출 규제 대상은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차주다. ▲수도권이나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부부합산 기준 1채 보유하고 있고 ▲해당 주택을 타인에게 세(전·월세)를 주고 있으며 ▲본인과 배우자 모두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이력이 없는 경우다.
현재는 다주택자나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 취득자에게만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비거주 1주택자’ 요건이 추가된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의 보증을 기반으로 실행되므로, 보증이 중단되면 대출 한도는 사실상 0원이 되어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진다.
금융위 추산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모는 약 6만 건, 9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본인이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부모, 자녀 등)에게 세를 준 경우나, 단 하루라도 거주지 이전을 해 실거주 이력을 남겼다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기준 차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잠시 주소만 옮겨두는 ‘위장 전입’ 꼼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주민등록법 위반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므로 악용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피치 못할 사정 있다면? ‘예외 조항’ 및 전세 시장 파장 우려
금융당국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촘촘한 예외 조항도 마련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해 향후 실거주가 예정된 경우 ▲임대차 계약 승계 조건으로 매입해 당장 입주가 불가능한 경우(계약 종료 시점까지 연장 허용) ▲집주인의 보증금 미반환 또는 이사 일정 조정 등 단기 연장이 필요한 경우(6개월 이내) 등은 대출이 허용된다.
그러나 일률적인 대출 제한이 전월세 시장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타 지역에 거주하는 1주택자가 전세대출이 막혀 본인 소유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면, 기존 세입자가 내쫓기게 되어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성과급 뻥튀기 대출도 막는다… 보증비율 10%p 하향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1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의 문턱은 높아진다. 1주택자에 한해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기존 수도권·규제지역 80%(그 외 지역 90%)에서 각각 70%, 80%로 10%포인트씩 하향 조정된다. 보증비율 축소는 곧 은행의 리스크 증가를 의미하므로,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 무주택자는 현행 보증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소득 기준도 깐깐해진다. 내년부터는 최근 1년 소득 대비 소득 상승률이 20%를 초과하면 최근 2년 평균 소득을, 30%를 초과하면 최근 3년 평균 소득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거액의 성과급을 받아 일시적으로 소득이 급증한 대기업 임직원들이 이를 활용해 대출 한도를 크게 늘리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다주택자와 투기성 갭투자자의 대출을 조이는 대신, 연내 가계대출 공급 여력을 30조 원가량 확대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 절벽’ 고충은 적극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