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해 보이던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 기류에 뚜렷한 균열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재명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대규모 세 결집을 과시하던 의원들이 최근 정부 정책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심이 흔들리자, ‘이재명 정부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택하는 모양새다.
■ 뇌관이 된 ‘부동산 세제개편안’… 서울·수도권 의원들 불만 폭발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이다. 실거주를 중심으로 한 이번 개편안을 두고 지역구 민심이 요동치자 당내에서 공개적인 우려가 터져 나왔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13일)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장이 열렸다. 특히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전현희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은 “1가구 1주택의 경우 비거주자라도 보호해야 한다”며 실거주 요건 강화에 우려를 표했고,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 역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며 개편안의 전반적인 수정을 촉구했다. 심지어 이연희 의원은 “이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는데 정책 신뢰가 깨졌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면 총선과 대선에서 폭망(폭삭 망함)할 수 있다”는 위기감 섞인 격한 발언까지 쏟아졌다.
■ 친명계 핵심도 쓴소리… 지지율은 ‘데드크로스’
이러한 기류는 당 지도부급에서도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민석 당대표 후보조차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디테일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며 “1주택 비거주자 보유 공제 폐지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이 대통령이 공들여 마련한 핵심 정책에 제동을 건 셈이다.
당내 불만이 표출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경고음을 냈다.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부정 평가가 46%를 기록하며 긍정 평가(44%)를 처음으로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 반년 만에 달라진 분위기… “결정적 이유는 2028년 총선 생존”
이는 불과 반년 전의 당내 분위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 2월,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 취소를 촉구하는 이른바 ‘공취모(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를 결성했다. 당시 전체 소속 의원의 절반이 훌쩍 넘는 105명이 참여해 압도적인 ‘오직 친명’ 기류를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부동산 민심이 악화되면서 의원들의 우선순위가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의원들이 2028년 총선에서의 공천과 당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게 되면서, 표심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 앞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후순위로 미루고 사실상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이재명 대통령 손절’ 조짐은 지역구 표심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의 실패 우려, 그리고 다가오는 선거에서의 생존 본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