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본명 안하영·33)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안상호가 과거 일본인 아내와 혼인하는 과정에서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미사변)에 직접 가담했던 악질 친일파 구연수(具然壽)의 도움을 받았다는 학계 및 문헌 기록이 확인되며 대중의 공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 “명성황후 시신 소각 감독한 구연수, 안상호 부부의 중매쟁이”
16일 ‘일요신문i’를 비롯한 다수 매체의 취재와 역사 문헌 등에 따르면, 안상호와 그의 일본인 부인 가와구치 이소코를 연결해 준 핵심 인물은 구연수였다. 구연수는 1895년 10월 8일 일어난 을미사변 당시 일본 자객들의 경복궁 진입을 돕고, 살해된 명성황후의 시신을 불태우는 과정을 직접 감독한 조선인 출신 핵심 협조자다.
사변 직후 일본으로 도피해 망명 생활을 하던 구연수는 1907년 귀국해 일진회 평의원, 통감부 경무관,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 경무관, 중추원 참의 등 일제강점기 권력의 핵심에서 부역하며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역사에 이름이 남은 인물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접점은 2007년 발간된 한국민족운동사연구 학회지(제53호)에 수록된 이정은 당시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원의 논문 ‘최초의 근대 개업의 안상호의 생애와 활동’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논문은 안상호가 도쿄의 의친왕 저택을 드나들며 그곳에서 사무를 보던 가와구치를 만났고, “일본에 망명 중이던 구연수의 소개로 두 사람이 혼인에 이르렀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정구충의 1985년 저서 ‘한국 의학의 개척자’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저서는 가와구치가 1907년 안상호보다 먼저 한국에 입국해 귀국 준비를 도울 당시 머물렀던 숙소 역시 서울에 위치한 ‘구연수의 자택’이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 엇갈린 가족의 해명… “의친왕이 소개했다”더니 이제는 “확인 불가”
이번에 드러난 문헌 기록은 앞서 하영의 부친이 내놓은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영의 아버지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증조부의 일본인 혼인 배경을 두고 “의친왕께서 동경 체류 시절 시무를 보던 여성을 직접 소개해 주어 맺어진 인연으로 안다. 일본 여성과의 결혼을 친일과 엮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한 바 있다.
하지만 안상호 부부의 혼인에 을미사변의 핵심 가담자인 구연수가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구체적인 사료가 등장하자, 하영 측 관계자는 “당장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 자필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 방송·광고계 줄줄이 ‘손절’
과거 다수의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증조부부터 이어진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가문의 내력을 자랑스레 여겨왔던 하영은 친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5일 만인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을미사변 가담자’라는 최악의 연결고리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업계의 ‘손절’도 가속화되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 하영 출연분은 VOD 다시보기가 즉각 중단됐고, 유튜브 및 네이버TV 클립 영상도 전면 비공개로 전환됐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하영이 모델로 등장한 ‘삼성 아트 TV’ 광고를 비공개 처리했으며, 의류 브랜드 아티드 역시 관련 홍보물을 내렸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14일로 예정되어 있던 신작 ‘이런 엿같은 사랑’의 하영 라운드 인터뷰 일정을 전면 취소했고, 유튜브 웹예능 ‘유튜브 하지영’ 역시 하영의 촬영분을 업로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하영이 배우 이제훈과 함께 주연급으로 합류해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을 마친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측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