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연장과 직결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헌’ 논의를 두고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분권형 개헌’ 논란에 선을 긋고, 국회의 권한을 키우는 형태의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가장 적합하다는 구상을 밝혔다.
■ “제왕적 대통령제 한계 공감하지만… 내각제나 분권형은 아냐”
14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이 구상 중인 개헌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가 안고 있는 폐단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은 중임제 대통령제이며, 일각에서 거론되는 내각제나 특정 형태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염두에 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수적인 중대 사안인 만큼 “국회 주도의 논의와 여야 합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청와대의 브리핑은 최근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주장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김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 자리에서 자신이 분권형 권력구조로의 개헌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이 “내 임기를 단축하는 한이 있더라도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통상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국회와 총리에게 권력을 분산시키는 구조를 뜻한다.
■ 야권의 ‘임기 연장 꼼수’ 맹폭… 정계 개편 의혹 사전 차단
김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여의도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야당은 즉각 “개헌 논의를 명분으로 삼아 사실상 이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꼼수”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여권 지지층 내부에서도 동요가 일었다. 이 대통령이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와 보수 진영까지 끌어안는 거대한 ‘구조적 다수’를 형성하기 위해 야당 측과 은밀히 정계 개편을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터져 나왔다. 이에 청와대가 다급히 이 대통령의 ‘4년 중임제’ 소신을 재확인하며, 야권이 의심하는 내각제나 분권형 개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 ‘연임제’에서 ‘중임제’로?… “차기 정권 심판 불분명해질 수도”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이날 ‘4년 연임제’가 아닌 ‘4년 중임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해 연속으로만 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제도인 반면, ‘중임제’는 선거에서 낙선해 임기가 단절되더라도 훗날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번 국민의 불신임을 받았다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며 중임제 도입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연임제는 직전 정권의 정책 기조에 대해 유권자들이 명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 5년 단임제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지만, 중임제는 이러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힘든 현행 5년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연임제로 갈지, 중임제로 갈지 등 구체적인 각론은 향후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결정할 문제”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단축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면서까지 개헌의 불씨를 당길지, 그리고 그 결과가 차기 대권 구도와 ‘임기 4년 추가’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온 국민의 이목이 청와대와 국회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