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가면서 배지는 그대로?”… 정당보조금 11억 딜레마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아 정치권 안팎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특히 의원직 유지의 이면에 ‘수십억 원대 정당보조금’이 얽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3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강동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용 후보자의 지명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헌정사의 참사”라며 포문을 열었다. 나 의원은 용 후보자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을 통해 당선된 뒤 다시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한 과정을 ‘위장 제명 쇼’라고 맹비난했다.
핵심 쟁점은 ‘돈’이었다. 나 의원은 “용 후보자가 장관에 지명되고도 비례대표직을 사퇴하지 않는 이유는 기본소득당으로 흘러가는 1년에 11억 원씩의 정당보조금 때문이 아닌가”라며 “사퇴할 경우 당이 원외 정당이 되어 이 막대한 보조금을 받지 못할까 봐 버티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기본소득당은 올해 3분기에만 약 2억 7,7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관위 “제도 개선 검토”… 꼬여버린 비례 승계
선관위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직무대행이 선거 제도는 국회의 입법 사안이라고 선을 긋자, 나 의원은 “그러니 선관위가 제 역할을 안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명백한 국고 손실을 막기 위해 선관위가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강 직무대행은 결국 “해당 부분에 대해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쉽게 던지지 못하는 데에는 당내 복잡한 사정도 얽혀 있다. 용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은 다음 순번인 무소속 최혁진 의원에게 승계되는데, 현재 최 의원이 당 복귀를 거부하며 갈등을 빚고 있어 자칫 당의 유일한 원내 의석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관례상 비례대표가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해 왔으나, 이번만큼은 예외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거세지는 여권 포화 속 민주당은 ‘철통 방어’
여권의 공세는 매섭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마치 회장 딸이라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꼬며, “비례 의원 사퇴라는 확립된 역사와 관행이 유독 본인에게만 예외가 될 수 있다는 태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용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치며 과거의 견해를 다듬고 숙성시킬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서미화 최고위원 역시 “용 후보자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며,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은 의정 활동과는 다른 차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90년대생 장관’이 되는 용 후보자가 이 험난한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