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여성 차별’ 꼬리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정치권의 공세가 남편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의 과거 행적으로 옮겨붙고 있다. 박 부총장이 과거 청년 단체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단체 내 여성 활동가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차별하여 불명예 퇴진했던 사실이 뒤늦게 조명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 후보자로 용 후보자가 지명된 상황이어서, 배우자의 이 같은 과거 전력은 더욱 뼈아픈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기 못 채운 사퇴… “모욕감 줬다” 스스로 인정
논란의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보 성향의 청년 단체인 ‘청년좌파’ 대표를 맡고 있던 박 부총장은 1월 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돌연 직을 내려놓았다. 내부에서는 그가 여성 회원들을 나이, 학벌, 활동 이력 등으로 부당하게 평가하고 실질적인 조직 활동에서 배제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단체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박 부총장 본인도 이러한 책임을 강하게 부인하지 못했다. 당시 회원들에게 배포된 사퇴 서신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언행이 여성 활동가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모욕감과 무력감을 안겨주었음을 시인했다. 또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구체적인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한계로 인해 여성주의적 조직 문화 쇄신을 가로막은 점을 사퇴의 가장 큰 이유로 밝혔다.
‘청년좌파’에서 ‘기본소득당’으로… 이어지는 권력 장악
박 부총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빈자리는 불과 두 달 뒤, 용혜인 후보자가 후임 대표로 선출되며 채워졌다. 같은 해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청년좌파 시절의 인적 네트워크를 주축으로 2020년 기본소득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박 부총장은 창당준비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시작으로 당대표 권한대행 등 당내 최고 요직을 두루 거치며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이러한 권력 집중은 최근 용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에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려 하면서 ‘가족정당’ 논란으로 비화되었다. 의원직 사퇴 시 원외정당으로 전락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야권에서는 부부가 당의 유일한 원내 의석과 핵심 당직을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기본소득당은 박 부총장을 “당에 꼭 필요한 일을 해내는 동지”라며, 오로지 능력에 기반한 적절한 인사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능력주의로 포장된 옹호, 공감 얻기 힘든 해명
그러나 당의 이러한 ‘제 식구 감싸기’식 해명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과 과거 함께 활동했던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논란 당시부터 서로를 옹호하던 인사들로 주변이 굳어지면서 외부의 비판적 시각과 동떨어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치명적인 여성 차별 전력은 슬그머니 감춘 채, 오로지 ‘배우자의 실무 능력’만을 강조하는 방어 논리는 대중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평등을 책임지는 부처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가 다름 아닌 ‘여성 차별’ 논란의 장본인이라는 모순적 상황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쇄신 없이는 도저히 납득되기 힘든 정치적 오점으로 남아 험난한 인사청문회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