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발생한 20대 여성 야차룰 사망 사건

2026년 9월 8일   김주영 에디터

규칙이나 보호장비 없이 맨주먹으로 싸우는 이른바 ‘야차룰’ 격투를 강요받은 20대 여성이 끝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당국은 싸움을 부추긴 연인 등 일당을 구속하며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충격적인 전말을 밝혀냈다.

8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20대 여성 B씨에게 10대 여성들과의 주먹다짐을 억지로 시켜 숨지게 한 혐의(공동강요)로 B씨의 연인 A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심야 공원서 벌어진 강압적 격투… “술래잡기 사고” 거짓말 들통

사건은 지난 5월 29일 밤 12시 20분경 청주시 용암동 소재의 한 공원에서 벌어졌다. A씨 일당은 피해자 B씨를 10대 여성 C양 등 2명과 차례로 싸우도록 강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B씨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결국 눈을 감았다.

당초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술래잡기 놀이를 하던 중 넘어져 뒤따르던 일행에게 얼굴이 깔리면서 의식을 잃었다”며 우발적인 사고로 위장하려 했다. 만약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형사 처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와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이들의 진술을 완벽히 뒤집었다. 수사 결과, 피해자 B씨와 10대 가해자 모두 싸움을 원치 않는다고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 일당이 이른바 ‘야차룰’을 내세워 강제로 주먹다짐을 시킨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칫 단순 사고로 묻힐 뻔한 사건이 치밀한 과학 수사를 통해 범죄로 밝혀진 셈이다.

싸움 붙인 주동자 ‘구속’, 실제 때린 10대는 ‘불구속’… 향후 쟁점은?

경찰은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억지로 싸움을 성사시키고 판을 깐 A씨 일당의 죄질이 더욱 무겁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공동강요 혐의를 적용, 구속 조치했다. 반면, B씨를 직접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10대 여성 2명에 대해서는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형사 책임의 경중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합의 각서’는 무용지물… 범죄로 번지는 ‘야차룰’ 경계령

최근 SNS와 폐쇄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글러브 등 보호장구 없이 맨손으로 타격하는 ‘야차룰’이 마치 용기 있는 행동인 것처럼 포장되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참가자를 모집하거나 승패에 돈을 거는 불법 도박 형태로까지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격투 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 각서를 작성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으나, 법조계의 판단은 단호하다. 반사회적 행위이므로 당사자 간 동의나 각서가 있었다 하더라도 폭행이나 상해 등의 범죄 사실이 사라지지 않으며 형사 처벌 역시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당사자들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제3자의 강압에 의해 비극이 초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준다.

폭력이 하나의 자극적인 콘텐츠나 내기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사회적 흐름을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광주광역시에서도 “야차룰로 싸우자”며 30대 남성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가해자가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사한 사망 사건이 재발하면서, 모방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사회적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