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현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과 만나 국내 콘텐츠 산업의 뼈아픈 현실을 진단하고 전폭적인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겉만 화려하고 이면은 썩어가”… 한국 영화 생태계 위기에 깊은 공감
7일(현지시각) 이 대통령은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 위치한 마그 재단에서 개최된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에 참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의장 자격으로 개막 연설을 소화한 이 대통령은 직후 한국 영화인들을 위한 특별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창동 감독과 정주리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도연, 설경구, 김도연, 그리고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등 업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창작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K-콘텐츠의 화려한 성과 이면에 가려진 구조적 위기에 대해 작심 발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행 대한민국 영화 산업을 두고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졌다”고 진단하며, “수익성이 보장되는 대작들은 글로벌 자본에 넘어가고, 상업성이 불투명한 작품들은 정부가 지원을 통해 그 공백을 메워줘야 하는 실정이다. 겉보기엔 화려할지 몰라도 그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창동 감독 제안에 즉각 화답… “한국 돌아가 바로 검토 지시할 것”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던 이 대통령은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이창동 감독이 “민간이나 개인 자본이 영화 제작에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투자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 달라”고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이를 직접 메모하며 “한국에 귀국하는 즉시 관련 정책 검토에 착수하라고 지시하겠다. 진행 결과는 추후 반드시 공유해 드리겠다”고 확언했다.
실제로 양국은 이번 서밋을 계기로 영상 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 결실도 맺었다. 한국과 프랑스는 오는 2027년부터 5년 동안 자국 영상 산업에 각각 5억 유로(한화 약 8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아내 특명 받고 왔다” 전도연·설경구와 팬심 섞인 인증샷
무거웠던 현안 논의가 끝난 뒤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친 후 배우 전도연, 설경구를 향해 “아내가 꼭 사진을 찍어오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웃으며 말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기념 촬영을 하는 소탈한 행보를 보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선 지난 4일,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밀밸리영화제에서 ‘어터상(Auteur Award)’을 거머쥔 이창동 감독에게 축전을 보내며 남다른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과거 ‘박하사탕’을 보며 감독님의 작품 세계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등의 명작들을 차례로 열거했다. 이어 이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설경구, 전도연이 호흡을 맞춘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을 언급하며 “밀밸리의 영광이 베니스에서도 이어지길 온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