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로 빙판을 누볐던 전 국가대표 김건우(개명 전 김한울)가 현역 은퇴를 선언한 지 석 달 만에 2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3일 고인 측은 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비통한 부고 소식을 알렸다. 유족 측은 “갑작스럽게 전해진 비보에 경황이 없어 일일이 연락드리지 못하는 점 너그러이 양해를 구한다”며, “고인이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따스한 위로와 명복을 빌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애통한 심경을 전했다. 현재 고인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김건우는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 22일, 자신의 SNS에 “어린 시절부터 내 인생의 전부와도 같았던 쇼트트랙을 이제는 마음속에 내려놓으려 한다”며 은퇴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들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한국 쇼트트랙의 앞날을 언제나 응원하겠다”고 덤덤한 작별 인사를 남겼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1998년생인 김건우는 고교 시절부터 쟁쟁한 선배들과 태극마크를 두고 경쟁하며 일찌감치 빙상계의 기대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무대에서는 1500m 부문 세계 랭킹 1위, 종합 랭킹 2위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입증했다.
한동안의 오랜 공백기를 거쳐 다시 빙판에 선 2023~2024시즌에도 그의 저력은 녹슬지 않았다. IS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우승을 신호탄으로 2차, 3차 대회 1500m까지 잇따라 제패하며 3개 대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다시금 월드컵 랭킹 1위를 탈환하는 인간 승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로 출전해 혼성 2000m 계주 결승 진출을 이끌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대표 선발전에서 예비 국가대표 명단에 머무르며 아쉽게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고, 결국 지난 6월 정든 빙판을 떠나게 되었다.
한편, 이번 갑작스러운 비보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포털 ‘소후’ 등 현지 주요 매체들 역시 이날 그의 부고를 비중 있게 다루며, 중국 귀화 선수인 린샤오쥔(임효준)과 각별했던 친구로 고인을 조명해 안타까움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