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발생한 영부인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파장이 정치권을 넘어 평론계로 번지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 영화평론가로 꼽히는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를 두고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박정희 배후설’ 음모론 논란… 정치권 일제히 맹폭
지난 23일 스크린에 걸린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호흡을 맞춘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개봉 나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영화가 담아낸 시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정부 특별수사본부는 조총련과 북한의 사주를 받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시도 중 일어난 참변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영화는 현장 총탄 수와 총성의 불일치, 범인의 행사장 침투 과정 등을 파고들며 제3의 발포자와 공범 가능성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권 차원의 사건 활용 의혹까지 열어두었다.
이에 대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SNS를 통해 “북한의 테러라는 진실을 감추고 박 전 대통령이 배후인 양 왜곡한 패륜적 범죄이자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사법적 처벌까지 언급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정권의 묵인 아래 벌어지는 노골적 왜곡”이라고 비판했고, 방송인 홍혜걸도 “유족이 생존해 있음에도 음모론으로 고인을 모독하며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다”고 성토했다.
이동진 리뷰 영상에 누리꾼 반발 빗발쳐… “과거와 다른 이중 잣대”
논란의 불길은 평론가 이동진에게도 직접 옮겨붙었다. 이동진은 지난 25일 개인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영화가 당시 공식 발표의 미흡한 점을 집요하게 지고 들며 결론을 단정하지 않는 연출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다소 과하게 나아간 부분은 있으나 극영화로서 허구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100%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관객과 네티즌들은 과거 그가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 비평 당시 지적했던 ‘허구가 사실로 둔갑하는 프로파간다의 위험성’을 재조명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유독 이번 영화에 대해서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댄다”, “사실 왜곡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냐”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였고, 해당 영상의 댓글 창은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설전의 장으로 변질됐다.
“창작의 자유” vs “역사 왜곡”… 흥행 속 갈등 장기화 조짐
반면 영화계 안팎에서는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박찬욱 감독은 GV 행사에서 연출의 스마트함을 극찬했고, 김성수 감독 역시 작품의 압도적인 완성도를 높이 샀다.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 또한 제작보고회에서 “선입견 없이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려 했으며, 배후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관객의 판단에 맡기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추석 극장가 정상 자리를 수성하며 거침없는 흥행세를 이어가는 영화 ‘암살자(들)’이 몰고 온 역사적 진실과 허구의 경계선 공방은, 평론가의 입지마저 흔들며 당분간 극장가 안팎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