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발생한 현대사의 비극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암살자(들)’이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동시에 스크린 밖에서는 심각한 역사 왜곡 공방에 휩싸였다. 정치권의 맹공에 이어 전직 대통령 기념재단까지 전면적인 상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는 모양새다.
5일 만에 156만 돌파… 추석 극장가 장악했지만 ‘왜곡 논란’ 직격
지난 23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24~27일) 동안에만 140만 7,000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2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56만 6,000명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하고 ‘덕혜옹주’,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화제작이다.
하지만 흥행 가도 뒤편에서는 거센 파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가 1974년 8월 15일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전말과 이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정권 실세나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하나의 가설 형태로 배치한 점이 뇌관이 됐다. 공식 발표된 수사 결과를 벗어나 정권 배후설을 암시하는 듯한 극적 장치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오며 사실 왜곡 시비가 점화됐다.
정치권 “정치적 프로파간다” 맹폭… 기념재단은 ‘상영 중단’ 촉구
비판의 목소리는 보수 정당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영화의 설정을 짚으며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의원 역시 피격 사건의 배후에 최고 권력층이 자리한 것처럼 다뤘다며 “명백한 정치적 선전선동(프로파간다)”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성훈 수석대변인 또한 예술적 상상력의 허용 한계를 벗어난 왜곡이라고 가세했다. 급기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은 영화 제작사를 향해 공식 사과문 발표와 함께 극장가 상영을 즉시 전면 중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제작진 “기록 토대로 한 극영화… 정치적 목적 전면 부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제작진은 2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제작진은 “1974년 사건 당시 작성된 다채로운 문헌과 기록,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구성한 순수 극영화”라고 규정했다.
역사 왜곡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로 매듭짓거나 이미 밝혀진 사실을 부정·조작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라며 “극 중 어떤 인물도 확정적인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고 허구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인 양 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존 인물과 사건을 다룬 만큼 엇갈린 해석이 나올 수는 있으나,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개입되지 않았음을 거듭 강조하며 작품 자체로 바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허진호 감독 역시 제작 단계부터 “숨겨진 실체나 배후를 밝혀내는 폭로극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마주했던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을 좇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폭발적인 관객 동원력과 함께 ‘상영 중단’ 요구라는 초유의 압박까지 맞닥뜨린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역사 왜곡 사이의 첨예한 갈등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